[Book]고은 시인의 시 명구 100선 - '시의 황홀'

"세노야 세노야/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세노야' 중)"
가수 양희은이 불러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는 '세노야' 가사는 고은 시인의 시다. '국민 시인'이란 호칭이 붙은 고은 시인의 시 100편에서 다시 '명구'를 추린 책이 나왔다. 그리고 그 명구에 문학평론가 김형수씨가 해설을 붙였다.
"만남과 만남 사이/ 그 골짝을 누구는 헤어짐이라 한다/유월의 밤이 깊다/그대와 헤어진 뒤/나는 나 자신과도 헤어져 밤이 깊다"('영월에서' 일부)
"온종일 장맛비 맞는 거미줄/너에게도 큰 시련이 있구나"('순간의 꽃' 한 토막)
"바람 부는 날/먼 데 바라보면/거기가 내 고향입니다//사람에게는 먼 데가 있어 구원입니다"('먼 데' 일부)
"돌멩이 하나 던져서/어둠에 맞는 소리//밤길 혼자 가다가 둘이 되다"('여수' 45 전문)
'시의 황홀'이라 제목으로 엮어진 이 시집의 명구 모음집은 '한 편의 시 이전'이란 제목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 족하다.
9페이지 분량에 '주어 없는' 언어로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그런 삶으로 시작된 아이 고은이 시인 고은으로 성장한 시작 인생 전체가 담담히 기술돼있다.
"산의 아이로 태어나 전쟁을 겪고 산과 바다를 겪었다. 세상의 그 무엇 하나도 다른 무엇들과 서로 원인이 되어주고 결과가 되어주는 끝없는 관계의 진행으로 존속되고 있다. 바다를 통 모르는 뭍의 오지에 솟아있는 산기슭의 암자 처마 끝에 으레 먼 바닷속 고기형상의 풍경이 풍경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한 편의 시 이전 중 일부)
그리고 그는 끝내 "아, 내 시는 내 조국의 안과 밖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미래일 것"이라고 말한다.
◇ 시의 황홀=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알에이치코리아, 212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