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책값 거품이 빠지고 무너진 출판산업의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동네서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별다른 기대 없음”이다. 새 제도 역시 대형 온라인서점 쪽으로 유리하게 짜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다.
동네서점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분명한 원칙 없이 제도를 시행하려는 정부의 애매한 태도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가 나서서 특정 상품의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 논리상 맞지 않지만 책은 다른 상품과 달리 교육, 학술, 문화 발전의 필수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에 ‘원칙을 위반해서라도’ 출판 산업을 법망 안에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부 시행령을 들여다보면 ‘지역서점을 보호하고자 한다’ 취지를 살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개정 협의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온라인 서점의 무료 배송,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허용에 대한 입장만 봐도 그렇다. 문체부는 배송료나 제휴 할인은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 수단이며 이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시장논리를 어기면서 탄생한 도서정가제가 세부 시행령에서 또다시 시장논리에 갇히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김희범 제1차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정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누구든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며 “지역서점도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책값을 균일하게 만들었으니 손님을 끌어당기는 건 서점의 몫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동네서점들은 “할인할 수 있는 구멍이 남아 있는 한 온라인 서점은 계속 편법을 쓸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지역서점으로 발길을 옮길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작은 규모의 서점에서 마케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의 50평 미만 지역서점 개수는 2011년 1912개에서 2013년 1674개로 12.4%(238개)나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동네에서 서점을 만날 일이 영영 없어질지 모른다. 문체부는 앞으로 시행령을 보완한다고 했다. 문체부가 ‘자기모순’을 극복하고 동네서점을 살릴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우려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