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의 길이·변태 성행위가 '진화의 증거'(?)

성기의 길이·변태 성행위가 '진화의 증거'(?)

김고금평 기자
2015.04.18 05:52

[따끈따끈 새책]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생식기와 짝짓기로 알아본 진화의 비밀

질문 하나. 모든 척추동물 중 성기가 가장 긴 동물은 무엇일까. 참고로 인간의 평균 성기 길이가 13~15cm이고, 고릴라의 발기한 성기는 겨우 4cm다.

절대적 평가에서 가장 긴 동물은 대왕고래다. 발기 시 몸 밖으로 돌출되는 부분이 자그마치 2.5m에 이른다고 한다.(이 수치는 눈대중으로 추정한 값) 몸길이 30m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긴 편’에 속하는 건 아니다.

상대적 평가에서 절대 ‘갑’은 아르헨티나 수컷 오리다. 이 오리는 몸길이만큼이나 긴 성기를 지니고 있다. 가장 긴 것은 무려 42.5cm다.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 ‘네이처’가 주목한 고생물학자 존 롱은 진화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동물의 생식기와 짝짓기에 주목했다.

오리가 최대의 성기를 지닌 동물로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종전 기록은 20cm에 불과했다. 저자는 오리의 커다란 성기가 암컷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찰스 다윈이 일찍이 성선택(Sexual selection)의 과정은 수컷을 몰아붙여 극단적인 군비경쟁을 초래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장대한 성기였다는 이론과 맞물리는 해석이다.

저자는 인류의 아주 오랜 조상인 3억 8000만년 된 물고기 ‘틱토돈티드’의 화석에서 성기를 발견했다. 이전까지는 암컷이 물속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다가가 정자를 분사하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 발견으로 수컷이 생식기를 통해 정자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알려졌다.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짝짓기 체위인 정상위는 3억 8000만 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짝짓기 진화에서 가장 기이하고 야수적이고 뒤틀린 것이 곤충과 거미 같은 절지동물들이다. 빈대의 경우 암컷의 몸을 기병도 같은 성기로 난자하며 잔인하게 겁탈한다. 수컷 빈대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삽입기로 암컷의 배를 찌르고 그 상처에 사정한다. 이를 ‘외상성 수정’이라고 부르는데, 혈액-림프 순환계를 갖고 있지 않은 곤충은 통합순환계를 통해 난소로 수정시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알고나면 ‘빈대에게 물렸다’는 말이 달콤한(?) 표현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사마귀는 사디스트적인 짝짓기 행동으로 유명하다. 흔히 성적 동족포식으로 불리는 이 행위는 교미 도중 암컷 사마귀가 수컷을 잡아먹는 식이다. 암컷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정란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고, 먹히는 수컷의 입장에서는 사정이 촉진돼 더 많은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수컷 경쟁자의 고환에 자신의 정액을 이식하기위해 동성강간을 마다하지 않는 곤충도 있다. 일부 절지동물의 엽기적인 짝짓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직 진화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책은 이밖에 짝짓기가 끝나면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는 따개비, 죽인 이성에게 교미를 시도하는 뱀, 동성을 사랑하는 펭귄, 구강성교하는 박쥐, 자위행위를 하는 염소 등 상식으로 수용하기 힘든 ‘사실’들을 통해 짝짓기의 진화 과정을 설명한다. 수억 년의 진화사를 통해 본 저자의 답은 ‘가장 강한 동물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생식기와 짝짓기의 진화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저자에 따르면 현생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다른 포유류들이 갖고 있던 AR이나 GADD45G 같은 정크 DNA를 상실함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AR은 생쥐와 침팬지의 성기에 가시를 돋게 만드는 유전자인데, 인간은 이 DNA의 상실로 매끈한 성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100만 년 전 2만명이던 인류가 오늘날 70억명으로 늘어난 일등공신은 생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다른 영장류와 달리, 여성이 배란의 징후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시도 때도 없이 성관계를 원하는 남성들’을 둘러싸고 진화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 행성B이오스 펴냄. 224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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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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