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정의가 아닌 돈을 위해 굴러가는 법안

정치 집단이 마피아 집단과 다른 유일한 차이는 ‘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법’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정치집단이 만든 법은 보험 설명서와 유사하다. 수십 쪽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은 하나같이 난해하고 쓸데없이 길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험 조항은 결국 ‘나는 너에게 가능한 한 돈을 주지 않을거야’란 의미가 담겨있다. 법도 비슷하게 얘기한다. ‘나는 너에게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뜯어낼 거야.’
이 책은 막힌 체증을 뚫듯 시원하고 예리하게 돈과 관련된 정치의 숨은 악취와 의도를 낱낱이 긁어낸다. 몇 줄만 읽으면 저자를 정치판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지도 모르겠다.
2010년 미국 의회는 금융시장에 안정장치를 제공할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법’이라는 금융기업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은 수백 명의 보험 설명서를 합한 것만큼 긴 2319쪽에 달했고 비용도 엄청났다.
이 법안 초안 작성자는 법안이 통과되자 의회를 떠나 금융서비스 컨설팅 회사의 전무이사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리둥절한 규제를 기업들이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엄청난 수수료를 받지 않았을까.
모든 법이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책의 포인트다. 법은 정의가 아닌 돈을 위해 굴러가고 있다. 미국의 종합석유회사 셸오일의 존 호프마이스터 전 회장은 “그들은 의도적으로 법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데, 이는 경력 쌓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만약 법인세나 재산세의 세율을 1% 높이는 법안을 상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간 매출 수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들은 극심한 손해를 입을 것이다. 기업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정치인에게 ‘돈을 쥐어주는’ 일이다.
책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사기꾼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애플·구글·페이스북 같은 유명한 기업들이 어떻게 갈취당했는지 신랄하게 폭로하고 비판한다. 이 책은 미국 정치 집단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마치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 책은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독자들의 PICK!
◇ 정치는 어떻게 속이는가=피터 스와이저 지음. 이숙현 옮김. 글항아리 펴냄. 283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