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서 놀았던 북청물장수는 인텔리? 조선시대 물 이야기

한양서 놀았던 북청물장수는 인텔리? 조선시대 물 이야기

이상헌 기자
2015.05.23 05:08

[따끈따끈 새책]'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물'과 '물장수'를 통해 만나는 숨은 역사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상수도 시설은 무엇이며 언제 생겼을까?

국문학박사이자 여성이나 장애인 하층민 등 역사 속 소외된 사람들을 불러내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주는 역사스토리텔러인 저자가 쉽고 재미있게 '물'과 '물장수'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냈다.

저자는 조선 후기 문인 유재건이 그 당시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서민 308명의 삶을 다룬 책 '이향견문록'에 등장하는 '수선'을 불러내 그를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물과 물장수 그리고 상수도의 도입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준다.

머슴살이를 하던 수선은 나물죽만 먹는 머슴살이가 싫어 주인집을 나와 관악산 인근 샘물에 자리 잡고 살면서 물만 마시고 살게 된다. 물만 마시고 살던 도중 물의 성질과 맛을 감별해내는 신이한 재주가 생긴다. 수선의 이러한 능력은 유명해지고 한양으로 올라간 후 박 재상의 부탁으로 한양의 우물들을 돌면서 좋은 물을 찾게 된다. 수선은 이 과정에서 달고 시원하면서도 약으로 쓸 수 있는 각종 우물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수선의 우물 기행을 통해 '동의보감'에 나온 다양한 종류의 물을 소개한다.

이후 수선은 한양 '물장수'가 된다. 그 즈음 '북청물장수'에 대해 만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북청물장수'들은 함경도 북청 출신의 물장수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서울에 유학하면서 물을 길어주고 학비와 식비를 마련하는 등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개화기 당시 가난하지만 의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수선은 남산 계곡에 일본인이 만든 사설수도의 등장과 최초 근대식 상수도 시설인 뚝도정수장의 설치 등으로 물장수의 역할이 줄어들고 이권 다툼이 발생하자 자신의 물지게를 다른 물장수에게 준 후 세상을 등진다.

이러한 수선의 삶은 근대식 상수도 시설의 도입으로 사라져간 물장수들의 삶을 보여준다. 상수도 시설이 생겼지만 1960년대까지 서울의 상수도 보급률은 50%에 그쳐 우물 사용이 많았고 물장수들도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추진된 정부 정책으로 집집마다 수돗물이 들어가면서 물장수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정창권 지음. 유설화 그림. 사계절 펴냄. 12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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