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50년 여행 50일 인생'…홀로 떠난 중남미서 돌아본 삶

대기업 임원까지 올랐던 남자, 쿠바의 어느 뒷골목에서 일부러 쓰레기통을 쳐다봤다. 누군가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자 먹을 것 찾는 걸인처럼 보이려 했다. 다행히 쿠바건달(?)로 보이는 청년들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중남미, 적잖은 사람들이 다녀온 길이지만 남다르게 요리했다. '50년 여행 50일 인생'은 아저씨 혼자 쿠바·에콰도르·페루·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을 차례로 돌아본 여행기다. 동시에 그가 인생을 반추한 성찰록이다.
글꾼(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곳곳마다 쏠쏠한 여행정보와 시사상식, 그곳에서 돌아본 인생의 장면장면을 맛있게 버무렸다. 지은이는 50년 인생의 희로애락을 50일 여행에서 돌이켜본다.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위기, 마추픽추를 눈앞에서 보는 감동의 순간을 거치며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고뇌도 조금씩 덜어낸다. 여행 내내 끊임없이 번민했던 내면을 굳이 숨기지 않고 개인적 '악연'도 수시로 털어놓는다. 글이 단순한 여행기에 머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인생길에는 왕복표가 없다.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 티켓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행운만 오는 법도 없다."
어지간해선 나홀로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중년에게 대리만족과 사색의 기회를 준다. 실제 여행자에겐 가이드북이자 지역 입문서다. 중남미여행 전 방문한 이탈리아·몰타 여행기도 실려 있다.
지은이에게 여행은 새로운 계기가 됐다. 여행을 마친 뒤 개방직인 국회홍보기획관에 뽑혔다. 제목은 '50년 인생'과 '50일 여행'의 낱말 짝을 바꾼 것이다. 100세시대에 겨우 50년이 지났다면 아직 50년이 남았다. 길의 끝에 새 길이 이어진 것처럼.
◇50년 여행 50일 인생= 홍윤오 지음. 나눔사 펴냄. 351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