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의사 없이 진단 받을 수 있을까?

미래에는 의사 없이 진단 받을 수 있을까?

김유진 기자
2015.09.19 03:02

[따끈따끈 새책] 에릭 토폴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환자 중심의 미래 의료 보고서

의사들은 불친절하다. 환자가 의료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설명을 대충 한다거나, 자신이 편한 시간대로 진료시간을 조정해 한참을 대기하게 한다. 이 정도면 그나마 양반이다. 의사가 수술을 잘못해 놓고 ‘상태가 나빠 어쩔 수 없었다’고 발을 빼 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의 저자 에릭 토폴은 이런 현상이 ‘비대칭 의료정보’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몸에 이상 징후가 발생해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의사를 찾아가고 그들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고, 의사들은 이 과정에서 어떻게나 할 수 있는 일종의 ‘독재’를 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뒤집고자 한다. 그는 당당하게 “의사는 더는 의료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존재일 수 없다. 영어에서 가장 강력한 여섯 마디라는 별명이 붙은 ‘The doctor will see tou now’(의사선생님이 지금 봐 주실 거에요)라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무슨 의미일까. 토폴은 의료가 가부장주의 모델에서 동반자 모델로, 독재 모델에서 자율적 모델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환경의 변화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인공지능이 결부된 의료기술의 발달은 ‘의료민주화’를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토폴이 말하는 의료민주화는 개개인이 자신의 의학 자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료를 생성하고 자신이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을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의사의 말에 따라야 했던 소비자가 의료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의료민주화의 대표적인 선구자로 책 속에서 소개된다. 2013년 5월, 그는 뉴욕타임즈에 ‘My Medical Choice(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글을 기고한다. 자신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절제 수술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에릭 토폴은 “의료에서의 자기 결정이라는 거대한 기념비적인 이야기가 탄생한 순간”이라며 “그의 선택으로 인해 유전학과 암이 관련돼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해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대중의 각성이 고양됐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스마트폰과 같은 신기술의 도움으로 정확한 ‘가상 진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세계 인구를 집단으로 하는 방대한 의료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각자의 병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치료법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의료민주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료 소비자들이 정보가 자신의 소유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합심해 정보를 확보해 인터넷 의료가 가능한 ‘의료 은하계’를 만든다면, ‘의사들의 독재’는 저절로 힘을 잃게 된다는 주장이다.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에릭 토폴 지음, 청년의사 펴냄. 52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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