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이 다시 던지는 물음표…끝나지 않은 국가폭력

'4·3'이 다시 던지는 물음표…끝나지 않은 국가폭력

오상헌 기자
2015.12.1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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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물음표의 사슬'

"4·3은 내 운명이자 탯줄이다. 소설쓰기의 원천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4·3의 족쇄'를 채웠다."

 

소설가 고시홍(67)이 4·3 사건을 주된 소재로 한 세번째 소설집을 지난 10월 펴냈다. 소설집에 실린 9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 가운데 광주민주화운동과 유신시대를 소재로 한 2편을 제외하면 나머지 7편 모두 1948년 제주에서 벌어진 4·3사건을 소재로 한다. '4·3의 작가'로 불릴 만하다.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일부가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 통일정부 수립촉구 등을 주장하며 경찰서 등을 습격했다. 앞서 1947년 3·1절 행사에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한 사건이 원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양민이 토벌대에 희생됐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4·3은 내 운명이자 탯줄이다. 소설쓰기의 원천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4·3의 족쇄’를 채웠다. 오랜세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는 "8개월 남짓 (남로당)토벌 작전을 벌인 (육군)제2연대는 4·3진압 앨범 '제2연대 제주도주둔기'를 남겼는데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자 유산이었지만 1990년대 4·3진상규명 열풍에 휩쓸려 (언론사에 제공해)돌아다니는 과정에 분실됐다"고 밝혔다.

 

작가의 아버지인 고천문씨는 2연대 소속 육군 병사였고 6·25 전쟁이 발발한 뒤 전투 과정에서 행방불명됐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어릴 때 재가해 작가는 할머니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4·3사건이 작가의 가족사에 깊게 영향을 미쳤고, 가족사가 작가의식을 지배한 것이다. 작가는 "부모와 당시 폭력의 단두대에 원혼이 된 분들을 위한 위령비를 작품으로 세웠다"고 덧붙였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승립씨는 발문에서 "많은 제주출신 문인들이 4·3을 테마로 한 많은 작품을 써왔지만 고시홍은 지속적으로 이 테마에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다"며 "힘겹지만 정직하게 기술하고 있고 우리가 새겨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교사 생활을 오래 한 작가는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손수건'(전예원), '계명의 도시'(현암사) 등 소설집을 펴냈다. '고려사 탐라록'(공동편역) 등 제주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도 다수 펴냈다. 1995년 1회 탐라문화상 예술부문상을 수상했다.

◇물음표의 사슬=고시홍 지음. 삶창 펴냄. 304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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