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시모노세키 조약'이 이뤄진 곳이 조선통신사 첫 착륙지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해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이 상투적인 표현만큼 두 나라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지금도 곳곳에서 반일·반한 감정으로 충돌하고 있지만 지리적 관계 탓에 밀접하게 교류해왔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607년부터 약 200여 년간 한반도와 열도를 오간 외교사절단이 있었다. 바로 '조선통신사'다. 총 12번 파견된 통신사는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500여 명의 대규모였다. 한양(서울) 창덕궁에서 출범식을 연 뒤 일본 에도(도쿄)까지 왕복 1년여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났다.
◇일본 본토 첫 착륙지 '시모노세키'= 당시 범선으로 대한해협을 건너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고된 일이다. 때문에 일본 본토 땅을 밟았을 때의 안도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혼슈 서쪽 끝에 위치한 야마구치현의 항구도시인 시모노세키. 이곳이 바로 조선통신사들의 본토 첫 착륙지였다.

일본인들은 통신사가 도착하기 직전 '아카마신궁' 맞은편 항구에 방파제와 다리를 새로 짓는 등 분주했다. 잠잘 곳을 위해 숙소도 짓고 융숭한 식사대접을 준비하기도 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조선통신사상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 앞에 서면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를 잇는 '간몬교'가 펼쳐진다.
조선통신사들의 필수 관문이었던 '아카마신궁'은 안토쿠 일왕을 모신 곳이다. 안토쿠 왕은 평안시대에서 막부시대로 넘어가던 소용돌이 속에 8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 인물이다. 일본식 용궁 양식인 ‘아카마신궁’은 붉은빛 건물과 본궁 아래 연못이 특징이다.
이곳에는 조선통신사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바로 1711년 8번째 통신사 부사였던 임수간의 친필 시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일왕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아카마신궁'의 명예궁사 미즈노 나오후사는 "조선에서 가져온 종이, 붓, 벼루 등으로 쓴 작품이라 더 뜻깊다"고 전했다.

◇시모노세키 조약과 복어요리= 시모노세키는 일본 최대의 복어 산지다. 임진왜란을 위해 이곳에 16만 대군을 거병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복어를 먹은 병사들이 죽어 나가자 '복어 금지령'을 내린다. 300여년간 이어진 금지령을 없앤 역사적 복어 마니아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토 히로부미'였다. 청일전쟁 이후 일본의 조선 지배권을 인정한 '시모노세키조약'이 이뤄진 곳이 바로 '춘범루'라는 복어 요리집이었다. '춘범루'라는 이름은 복어 맛에 반한 이토 히로부미가 작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아픈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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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역에서 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카라토 어시장에서 복어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좀 더 정식으로 차려진 복어 코스요리를 원한다면 바로 옆 카몬워프 라는 식당몰을 이용하면 된다. 접시 무늬가 비칠 정도로 얇게 뜬 복어회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겨울에 더욱 맛이 좋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이다. 따뜻한 기와 위에 올린 면을 간장소스에 적셔 먹는 독특한 방식의 '카와라소바'도 입맛을 자극한다.


◇성하마을과 온천마을 돌아보기=한국에 비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시모노세키에선 아직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다. 시모노세키역에서 버스로 20여분 떨어진 조카마치 초후 마을은 고즈넉한 성하마을로 작은 물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이곳엔 메이지 일왕이 머물렀던 것으로 유명한 '모리 저택'이 있다. 1인당 입장료 200엔을 낸 후 들어서면 일본식 대정원이 반긴다. 바람이 통하는 다다미 방에 앉아 일본식 전통 다도를 체험할 수도 있다(1인당 400엔).
일본 겨울여행의 꽃은 단연 '온천'이다. 따뜻한 노천탕에 앉으면 여행의 피로도 금세 녹는다. 시모노세키에는 오카와치, 카와타나 등 작은 온천마을이 곳곳에 있다. 조금 큰 온천호텔을 이용하면 일본식 연회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가 만찬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온천으로 체온을 올린 뒤 유카타를 입고 먹는 저녁은 여행의 꽃이다.
엔저 효과로 어느 때보다 일본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역사적 의미가 깃든 소도시 구석구석을 돌며 뜻깊은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이곳 시모노세키에 관심 가져볼 만하다. 다양한 해산물과 온천 등도 일정을 풍성하게 해준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여행팁
▶시모노세키로 가는 길=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애용된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지하철로 하카타역 이동 후 신칸센으로 고쿠라역→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시모노세키까지 이동하면 된다. 부산항과 시모노세키항을 오가는 '부관훼리'도 하루 1회 왕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