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포기한 '3포세대'에게 던지는 러셀의 메시지

사랑을 포기한 '3포세대'에게 던지는 러셀의 메시지

박다해 기자
2016.03.05 07:58

[따끈따끈 새책] 버트런드 러셀 '결혼과 도덕'

연애와 출산, 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도 이제는 흔한 말이 됐다. 경제불황과 청년실업이 심화하는 사회에서 사랑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러운 일'로 전락해버렸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결혼과 도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는 사랑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사랑이 개인의 가장 내밀한 감정인 동시에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러셀은 우선 사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모계사회'였던 원시 부족의 사랑과 결혼제도가 부계사회를 거쳐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짚는다.

그는 무엇보다 기독교와 중세의 금욕주의가 사랑을 탄압함으로써 비뚤어진 사랑관을 키워왔다고 지적한다.

기독교는 성생활을 오로지 자녀를 낳기 위한 행위로만 인정했다. 부부간이라도 임신을 바라지 않고 행하는 성관계는 죄악이 됐다. 결혼과 성관계는 후대를 이어가기 위한 '필요악'으로 취급받았다.

중세의 금욕주의도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신적인 사랑에 집착하게 했다. 러셀은 이러한 집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이상화해 '낭만적'으로 여기도록 변질되게 만들었다고 꼬집는다.

이처럼 억압된 사고로 이어진 사랑은 행복해야 할 결혼생활을 오히려 불만과 불행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현대사회에서도 건강한 성적 호기심은 금지당하고 오히려 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게 됐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하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18장)

러셀은 사랑의 자유로운 해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시에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성적인 욕구를 넘어 서로의 정신적인 신뢰와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러셀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쉽게 잊어버렸던 사랑의 가치를 짚어준다. 사랑을 포기하는 삶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러셀에게 사랑은 삶을 확장시켜주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발현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사랑이 억압받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삶의 본질을 놓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랑은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사회의 기본조직을 유지하고 출산을 통해 사회를 지속시키는 근간이기도 하다.

"사랑은 인생이 제공하는 가장 강렬한 기쁨의 원천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러셀의 집요한 탐구는 사랑을 포기한 한국사회가 얼마나 근본적인 위기를 맞이했는지 경고음을 울린다. 그는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는 첫걸음 역시 바로 사랑에 있다고 봤다.

러셀이 '결혼과 도덕'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3포 세대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경제적인 위기에 짓눌려 '가장 강렬한 기쁨의 원천'조차 잊어버린 우리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결혼과 도덕=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펴냄. 284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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