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아메리카'는 어떻게 변주됐을까

'민주주의'와 '아메리카'는 어떻게 변주됐을까

박다해 기자
2016.03.12 03:01

[따끈따끈 새책] '한국의 근현대, 개념으로 읽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상황과 사회의 지향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변주된 개념이다. 해방 전후 다양한 사상을 지닌 이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신념으로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좌익, 중도, 우익세력의 민주주의는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좌익은 인민민주주의와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세웠고 우익은 신국가 건설을 위해 공산주의에 대치하는 프레임으로 사용했다. 중도세력은 분열 대신 통합을 위해 내세운 기치였다.

비단 민주주의뿐만이 아니다. 한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 개념은 일견 고정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개념이 사용된 순간의 정치·사회적 맥락이나 말한 사람에 따라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게 된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19세기 중후반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잘 담아낸 개념을 꼽은 뒤 그 개념의 의미를 풀어낸다. '한국의 근현대, 개념으로 읽다'는 '이용후생, 철학, 자강, 민주주의, 공화, 아메리카' 6가지 개념의 의미를 추적해가면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본다.

6가지 개념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이용후생, 철학, 자강은 전통과 근대에 걸쳐있는 개념이다. 민주주의, 공화, 아메리카는 서양으로부터 들어와 한국에서 변주됐다.

책은 한 개념의 변천사를 들여다본다. 일상의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를 담아낸 개념이야말로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된다고 본 것이다.

일례로 박지원, 박제가 등 실학자에 의해 처음 제기된 '이용후생'이란 개념은 고종 대에 부활했다. 대한제국이 내세운 부국강병이란 구호에 정당성을 부여한 개념이기도 했다. 저자는 오늘 우리도 현대적인 의미의 '이용후생'을 되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아메리카'는 해방군에서 점령군으로, 다시 환상과 희망을 품은 '아름다운 나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변한 개념이다. 해방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아메리카는 일제를 물리친 전쟁의 승자로 특정 국가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러나 한국을 점령한 뒤 대대적인 친일파 관료의 재기용, 미곡정책의 실패 등을 거치며 환호는 환멸로 바뀐다.

환멸도 잠시, 한국전쟁은 전국민적 비판과 분노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메리카는 무능한 대한민국 정부 대신 의지할 수 있는 고마운 지팡이가 됐고 오늘날까지도 '아름다운 나라'로 각인된다.

저자는 '개념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지난 150여년 동안 급격히 변한 사회의 의식과 동향을 쫓아나간다. 이 6가지 개념은 오늘날 한국을 구성한 주춧돌이기도 하다. 단순히 개념의 정의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개념이 사용된 맥락과 발화자의 사고나 심정을 다양하게 추적했다.

특히 기존의 학술서적을 넘어 대중들도 '개념사'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 개념에 대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변화상을 따라가다 보면 보다 입체적인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개념으로 읽다=이경구·이행훈·노관범·박찬승·김정인·장세진 지음.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푸른역사 펴냄. 26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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