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한국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

#명동과 충무로 일대는 한때 유행을 좇아 패션을 선도하는 '모던 걸'이 거니는 소비문화의 거리였다. 근대의 상품과 기술이 집약되고 카페·음악실·휴게실을 갖춘 백화점이 생겨났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금융·경제·문화를 장악하고 선도해 '경성의 긴자'로 불리기도 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곳엔 다시 일본인 관광객이 북적거린다.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를 가르는 여의도공원은 푸른 나무와 연못 등이 어우러져 빌딩숲 사이의 허파역할을 한다. 그러나 불과 30여년 전 이 곳은 이산가족의 한으로 가득한 광장이었다. 1983년 KBS에서 제작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영된 기간 동안 모여든 이산가족들은 광장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치며 사연과 통곡을 함께 쏟아냈다. 대중가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격동의 시기, 한국 근현대사는 끊임없이 식민지 시대의 기억과 모습을 지워온 역사다. ‘빨리빨리’와 ‘새것’을 좇으며 일제강점기의 트라우마를 덮어나갔다.
교수신문이 기획, 집필한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은 이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장소 40곳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공간과 장소의 역사를 통해 역사를 재구성한다.
책은 한국근현대사를 개항부터 한국병합까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까지, 해방 후부터 1960년대까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네 시기로 구분해 주요 역사적 현장을 소개한다.
40곳은 전국의 역사학자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선정했다. 역사의 현장을 여러 시선으로 풀어내기 위해 연구분야가 다른 연구자 31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개항부터 한국병합,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에 이르는 시기는 국권침탈과 항일운동에 관련된 장소가 주를 이룬다. 경복궁과 덕수궁, 탑골공원과 옛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등학교), 서대문형무소 등이다. 일제의 경제 수탈 중심지였던 군산항, 목포항, 인천항, 부산항도 포함됐다.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현대사의 비극이 일어난 판문점, 제주도, 광주와 경제성장의 명암을 간직한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 구로공단, 청계천 평화시장 등을 다뤘다.
건축에 반영된 장소의 성격, 문학과 영화가 그린 장소의 모습 등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숨 막히도록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반영된 현대사의 주요 장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 40=교수신문·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400쪽/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