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낯선 클래식과 친해지는 법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낯선 클래식과 친해지는 법

박다해 기자
2016.08.06 03:04

[따끈따끈 새책] 피아니스트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는 클로드 드뷔시가 작곡한 '달빛'이 흐른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여자친구 나오코가 자살한 뒤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같은 요양원에 있던 레이코 여사가 기타로 '달빛'을 연주해주는 것.

만화 '톰과 제리'에서는 고양이 톰이 피아니스트가 돼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을 연주하고 기아자동차 '포르테' 광고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3악장이 배경으로 깔린다. 지하철 환승역에서 자주 흐르는 음악도 비발디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가단조 '조화의 영감'이다.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낯설다'고 느끼지만, 사실 클래식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클래식을 즐겨듣는 이가 아니라면 이를 발견해내기 어려울 뿐이다.

피아니스트 조현영은 이처럼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귀에 익숙해진 클래식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음악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곡가의 인간적인 면모, 곡의 구성, 악기의 특징을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설명해준다. 3년 동안 진행했던 '피아노 토크'라는 대중강연을 묶어 펴낸 동명의 책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다 .

저자는 클래식이 '어렵고 낯설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300~400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이 단박에 이해되면 한문으로 쓴 조선왕조오백 년 역사를 한 번 읽고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더 많은 이들이 클래식을 즐기길 바라는 것은 "클래식은 사람이고 사랑이며 한 시대를 대변하는 역사"이기 때문. 조현영은 낯선 클래식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이들을 위해 익숙한 클래식부터 먼저 찾아 들어볼 것을 권한다.

광고·만화·영화·문학·그림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을 모은 이유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멜로디가 사실은 위대한 음악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일단 클래식과 안면은 트게 되는 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공간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뽑아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클래식입문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글을 읽으며 음악과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의 말미에 관련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수록한 것. 이 책 1권에 담긴 100여 곡만 찬찬히 들어봐도 어느새 클래식이란 장르에 성큼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대별 순서대로 혹은 작곡가별로 정해진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원하는 곡을 먼저 골라 들어라"라고 조언한다. 꼭 1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차례를 훑은 뒤 구미가 당기는 페이지부터 훑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적 사고로 음악을 바라보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는 조현영은 독일 쾰른국립음대에서 전문연주자 과정,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최고전문연주자 과정 학위를 취득했다. 독주회를 수차례 열었으며 강의를 통해 후학 양성에 나섰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강의 중이며 '예술이 일상이 되는 삶'을 꿈꾼다.

◇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조현영 지음. 다른 펴냄. 368쪽/1만 65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