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통령의 말하기'

'세 치 혀'는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고 했던가. '말'은 사람의 사상과 철학, 인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때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고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글보다 말이 더 무서운 건 '퇴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 신중해야 한다. 만약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말 한마디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또 말 한 마디로 가장 거센 포화를 받았던 이를 꼽으라면,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일 것이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 생깁니까?" 2002년 4월, 그는 이 한 마디로 장인의 좌익 전력 시비를 정면 돌파했다. 정치권은 '노풍'(盧風)에 휩싸였다.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6년 11월, 그는 국무회의서 한 발언으로 '임기를 담보로 국민을 협박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책 '대통령의 말하기'는 누구보다 말을 중시하고 그 표현과 내용을 고민했던 노 전 대통령의 말에 대한 기록이다. 참여정부 시절 그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대통령의 입', '노무현의 필사' 등으로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 전 대통령의 말하기 원칙과 노하우를 정리했다.
저자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의 세월을 노 전 대통령의 말과 함께 살았다. 특히 대통령이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조찬과 오전회의부터 오찬, 오후회의, 만찬까지 말을 일일이 받아 적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업무노트 100여권, 작은 포켓수첩 500여권, 한글파일 1400여개다.
방대한 자료에서 '말하기'의 원칙 23가지가 나왔다. 대화의 목적, 대상, 장소, 상황에 맞는 대화법뿐만 아니라 말재주 없어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법, 웃기는 재주가 없어도 유머있게 말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말하기의 기본은 분명한 소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말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말재주'가 좋은 것과는 다르다.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심도있는 자료 연구와 표현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필요하다. 상대를 향한 낮은 자세와 열린 태도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 유머러스함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필요할 때는 '아니오'라고 말하되 자신의 의견에 대한 '아니오'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소신과 신념을 짧고 굵게, 인상 깊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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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과 방명록의 문장 하나를 두고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노 전 대통령의 고뇌가 곳곳에 묻어나지만 '전기'보다는 오히려 '전략서'에 가깝다. 말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10여년 간 쌓인 저자의 기록을 참고하자. 누구나 쉽게 참조할 수 있도록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노하우를 정리했다.
◇ 대통령의 말하기=윤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28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