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마이크임팩트의 인문학 특강 '상실의 시대'

"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 (윤동주 '길' 中)
시인 윤동주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더욱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볼 틈도 없이 세상의 격류에 휩쓸리듯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말마따나 "인간의 마음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공허함만 남았다.
바야흐로 '상실의 시대'다. 자아와 정의, 창의와 신뢰, 소통과 공정성 등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들이 사라지거나 빛이 바랬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며 대안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
사회혁신기업 '마이크임팩트'는 국내외 다양한 연사들의 강연을 통해 그 답을 찾아나간다. 책 '상실의 시대'는 지난 1월 마이크임팩트가 주최한 '그랜드 마스터클래스-빅퀘스천' 강연을 묶은 책이다. 7명의 강연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정여울, 정관용, 표창원, 김정후, 서민, 이진우가 청중과 주고받은 지식과 통찰, 질문을 고스란히 담았다.
'생각의 탄생' 저자로도 유명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창의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는 한국이 지식경제로 나아가기 힘든 원인을 개인의 창의력을 저하시키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찾고 창의성을 회복하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정여울은 독서, 여행, 사랑, 우정, 배움, 글쓰기를 통해 '나다움'을 찾는 법을 안내한다.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이야기를 통해 진짜 내 얼굴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과 직면하고 자기 안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방송 토론 진행자 정관용은 '신념 과잉, 소통 부재의 시대'에 진정한 토론이란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근거 없는 신념에 빠져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할 때 건설적인 소통의 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표창원은 "우리가 정의를 위해 나설 용기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지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의 수준을 진단하고 소수자의 위치에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도시사회학자 김정후와 재치있는 글쓰기로 더 유명한 서민 교수는 우리에게 생소한 '도시의 정의'와 기생충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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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후는 우리가 2007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도시세대'에 접어들었으며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그는 '건강한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라는 화두로 도시 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설명한다.
서민 교수는 기생충에 대한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혐오와 편견을 바로잡는다. 20만년을 이어온 기생충의 생존전략에서 인간이 배울만한 삶의 지혜를 곱씹어본다.
마지막 연사 철학자 이진우의 강연은 조금 색다르다. 그는 상실의 시대가 원래 있던 것이 사라진 시대로 오히려 전통 규범과 온갖 관습, 무거운 가치들이 사라진 가벼운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전근대적인 가치에 묶여있는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개인'이 출현하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제시한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통찰력과 다양한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 더 쉽게 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 강연에서 청중들과 주고받은 질문과 답도 같이 실었다. '상실의 시대'를 버틸 수 있는 자그마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 상실의 시대=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마이크임팩트북스 펴냄. 27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