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동물과 그 주인에 대한 애정 묻어난 시각

그가 어미소의 자궁 속으로 손을 밀어넣자 송아지의 입이 닿았다. 손가락으로 송아지의 꼼지락거리는 혀가 느껴졌다. 이 송아지처럼 어미 뱃속에 거꾸로 들어서면, 보통은 질식사한다.
어미의 근육 수축에 짓눌려 목이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어미 뱃속 송아지가 혀를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수의사는 이 송아지에게 세상의 햇빛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를 둘러싼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그의 주변 농가 관계자들은 '풋내기'의 판단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는 자격을 딴 지 7개월에 불과한 수의사다. 연륜 있는 다른 수의사의 실력을 거론하며 신경을 긁는 노인, 언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는 눈빛의 농장 주인 앞에 서 있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영국의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의 경험담이다. 그는 수의대를 졸업한 이후 생애 대부분을 요크셔 초원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50세가 된 1966년부터 이 지역에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을 펴냈다.
글에 풍미를 더 하는 것은 동물과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헤리엇이 환자인 동물뿐 아니라 보호자인 농장주 등 동물 주인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인 수의사였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요크셔의 '모든 생물'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곤혹과 혼란, 분노도 있었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이 수의사로서 가장 적당한 곳이란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의 경험담은 50년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의 책들은 26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어권에서만 수천만 부가 팔렸다. 영국 BBC는 그의 책을 기반으로 한 TV시리즈도 제작, 1800 만명의 시청자도 사로잡았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아시아 펴냄. 41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