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크레이그 램버트 '그림자노동의 역습'

사람들은 기술이 발달하면 더 편하고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삶은 더 바빠졌다.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24시간인데 말이다.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으로 "여유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림자 노동은 사람들이 돈을 받지 않고 하는 모든 노동이 포함된다. 셀프주유소에서 직접 기름을 넣고, 장 본 물건들을 쇼핑백에 넣고, 직접 주식을 사고팔고,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일 등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스팸메일을 지우고,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고, 여러 사이트의 사용자이름(ID)과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일도 생겨났다. 데이트를할 때마다 맛집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위도, 병원을 찾기 전에 병에 대한 정보를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하는 행위도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무급의 노동'이 된다.
저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활동을 그림자 노동이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림자 노동이 늘어나며 노동의 영역은 확대되고 여가시간은 점차 줄었다. 일과 여가의 경계선도 사라졌다. 또 여러 사람이 만나 힘을 합쳐 처리하던 일들을 혼자 처리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고립된 존재가 됐다.
책은 그림자 노동이 무엇이고 왜 생겼으며 사람들의 삶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노동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그림자노동이 쏟아지는 이유로 '기술과 로봇의 발달'을 꼽는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들은 인원을 감축하고 자동화시스템을 마련했다. 직원이 하던 서비스 일정 부분은 이제 고객이 스스로 처리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여행사이트에서 직접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며 공항에선 무인 탑승 수속을 밟기도 한다.
두번째 이유는 '전문 지식의 대중화'다. 의사나 법률가 등 전문가들이 독점하던 지식을 이제는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검색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스스로 그림자 노동을 택한다. 또다른 요인은 '정보그물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끌어모으면서 소비자 개인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다량의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그림자 노동이란 개념을 수면 위로 꺼내 소중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돕는다. 그는 "그림자 노동을 '문제'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자동기계장치와 소비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있지만 쉽게 기계화하거나 남에게 맡길 수 없는 창의적인 일, 생각하는 인간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일의 경우에는 노동력을 자유롭게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책은 의미있는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현대사회에서 일과 여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 그림자 노동의 역습=크레이그 램버트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펴냄. 336쪽/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