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것에 다 속는다' 냉소사회 된 대한민국

'오만 것에 다 속는다' 냉소사회 된 대한민국

김유진 기자
2016.12.24 06:21

[따끈따끈 새책] 김민하의 '냉소 사회'…"냉소주의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나"

우리 사회의 불신 정도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를 믿지 못하게 된 국민들은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를 맞닥뜨리면서 더는 그 어떠한 권위도 믿지 않게 되었다. 정치, 경제, 미디어 등 모든 권력 기관들이 한통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냉소'는 더욱 심해졌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서 활동하다 현재는 매체 비평지 기자로 활동하는 김민하씨가 쓴 '냉소 사회'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냉소주의에 빠졌다며, 냉소주의가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려 왔는지를 담은 책이다. 저자 자체도 "이 책에 대한 반응은 아마 크게 셋 중 하나일 것이다. 가장 확률이 큰 것은 무관심, 두 번째로 유력한 건 미미한 조롱과 조소, 마지막의 희박한 확률은 무난한 호평."이라고 말할 정도로 냉소적이다.

저자는 냉소주의를 '세상 오만 것들에 다 속고 있다는 인식'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냉소주의는 극대화된 자본주의로 인해 형성된 무한경쟁 체제로부터 온다. 끝없이 비교하며 열등감을 갖게 만드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열폭(열등감 폭발)'이나 '꼰대질(나이가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향해 불필요한 불평불만을 조언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위의 수준을 넘어서는 냉소주의도 있다. "여성에 의한 역차별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고 IS로 떠난 김군,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의 발언 속 심리는 현대사회에서 극대화된 냉소주의가 어떻게 옳지 못한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이러한 냉소주의는 소비 문화와도 깊게 연관돼있다. 국가 연구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며 "아이에게도 안심" 같은 문구를 부착한 대기업의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했다가 아이가 사망하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속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냉소주의는 동시에 '나만 속기 싫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속고 속이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나의 냉소주의가 내 발목을 잡게 된다.

OECD 국가 중에서 사회적 신뢰 수준(사회적 지원 네트워크)가 최하위(2015년 기준)였던 냉소 사회 대한민국에도 과연 희망이 있을까. 저자는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냉소주의가 어떠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살펴본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냉소 사회의 면모를 분석하며 "함께 어떻게 냉소주의를 이길 것인가를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냉소 사회=김민하 지음. 현암사 펴냄. 320쪽/ 1만50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