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진도]투자왕 빌 로저스 '공무원이 꿈인 청년들의 나라 미래 없어'

더위가 이어지면서 휴가 인파도 절정이다. 공항과 고속도로는 여행객으로 미어터진다는 소식이고 도심과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도 한산해질 정도다.
모두가 들썩거리는 시기에 초대받지 못 한 이들이 있다. 20대 전후의 대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다. 개인적인 휴가지 기억을 곱씹어보니 몇년째 고교생과 대학생 또래의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그들만의 해외 배낭여행을 떠났나 싶어 뒤적여봤지만 그 또한 아니었다.
입시에 치이는 고교생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에 현실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일로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 외국어 공부 등을 꼽았다고 한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며 취업의 가능성을 1%라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부모님 계신 곳에 내려가거나 여행에 동행하면 될 텐데도 그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터.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교 기숙사와 대학교 앞 원룸촌은 방학임에도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청년들의 또다른 집결지는 공무원시험 학원이 몰려있는 이른바 공시족의 메카 서울 노량진 정도다. 그들만의 밤은 여전히 분주하다.
국외자의 시각도 있다. 30년 전부터 중국의 성장을 예견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노량진 학원가, 경기 파주시 판문점 등을 직접 살펴봤다고 했다.
역사학을 전공한 로저스는 투자가로 유명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직업이 모험가라고 밝힌다. 월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을 오가다 헤지펀드를 설립한 그는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린 뒤 1980년 38세로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110여개국을 여행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등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10대들의 꿈이 공무원인 곳은 없다”며 “한국의 인구는 줄어들고 가계빚은 늘어나는데 모두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으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로저스는 젊은 한국인들이 더 많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파리에 가서 에펠탑, 런던에 가서 시계탑을 보고 오는 식의 여행은 더 이상 하지 말자는 전제가 있긴 하다.
비슷한 기간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중국 만주 용정, 베이징과 러시아 하얼빈 등을 돌아보는 행사를 가졌다.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으로 명명된 행사는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매년 열리는데 지난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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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대학생이 참가하는 이번 대장정은 '어둠을 밝힌 청년정신 :시인 윤동주, 기업인 신용호'라는 주제로 열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동주와 신용호는 1917년생 동갑내기이자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속에서도 청년정신으로 빛을 발한 인물이다.
신용호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라는 신념으로 교육보험을 만들어 교보생명으로 대표되는 사업을 일궈냈고 교보문고를 열었다. 대학생들이 생가와 흔적을 돌아본 윤동주 시인은 새 출발에 대한 다짐과 설렘을 담아낸 시 ‘새로운 길’에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라고 했다.
청년들이 모두 로저스와 신용호, 윤동주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칸 고시원과 책장 안에 갇혀있는 그들의 꿈이 고개를 넘고 마을에 닿길 응원한다.
“(전략)/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중략)/ 오늘도…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