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의 자살, 사회적 통합 문제인가 개인 심리 탓인가

샤이니 종현의 자살, 사회적 통합 문제인가 개인 심리 탓인가

김고금평 기자
2017.12.23 06:14

[따끈따끈 새책] ‘자살의 사회학’…세상에 작별을 고하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사회적 환경의 결과인가, 개인의 심리적 영향의 결과인가. 그가 남긴 유서만 보면 혼란스럽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관계의 단절이 결국 죽음으로 내몬 것 같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보다 자신의 우울증이 빚은 심리·문화적 공황 상태가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살론’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2가지 원인(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규제)에서 4가지 유형의 자살이 발생한다고 봤다. 통합 정도가 낮을 땐, 즉 개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면 ‘이기적 자살’이, 통합 정도가 높으면 ‘이타적 자살’이 발생한다. 사회적 규제가 너무 약하면 ‘아노미적 자살’이, 규제가 과도해지면 ‘숙명적 자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뒤르켐은 현대사회로 올수록 집단에 대한 개인의 종속이 약해지면서 이타적 자살은 사라지고 사회적 통합과 규제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20세기 마지막 40년간 자살은 이와 정반대로 굴러갔다. 이타적 자살은 되레 늘어났기 때문. 1963년 불교 승려 틱꽝득이 정부에 대한 항의로 분신자살한 사건을 시작으로 인도, 베트남,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고, 자실 특공 임무를 띤 새로운 형태의 이타적 자살도 등장했다.

뒤르켐 이론의 한계는 자살의 배경을 오로지 ‘사회학적 범주’로 설명했다는 데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각 유형의 자살 빈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화적 요인이라고 보고 비교 연구를 통해 자살을 사회문화적·종교적·정치적 현상으로 검토한다.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타적 자살의 중요성이 높아진 현상이나 서유럽에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 현상, 62세에 자살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경계가 불확실한 종현의 자살까지 현대사회 자살은 사회적 통합과 규제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철저한 기독교 사회였던 과거 유럽은 자살을 인간의 가장 심각한 범죄로 여겨 정부 당국은 자살(시도)자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 자살자들은 재산이 몰수되고 그 가족은 뭇 사람의 질타를 받았다. 어떤 지역에선 자살자의 시체를 교수형에 처하거나 시체를 질질 끌고 다니며 오욕과 불명예를 안겼다.

그러다 16세기 중반 이후 문화적 엘리트층이 기독교 윤리에 반기를 들며 자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모어, 미셸 몽테뉴 같은 문인들이 작품을 통해 자살을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작품 32편에 자살을 소재로 사용했고, 24명의 등장인물을 자살로 이끌었다.

18세기 후반엔 자살보다 살인이 빈번했다. 자살이 신과 인간에 대한 불경죄에 해당하는 공적 범죄로 본 반면, 살인은 개인이 개인을 해치는 개인침해 영역으로 인정해 보복에 의한 살인이 정당화되기 일쑤였다. 국가가 합법적 폭력에 대한 처리를 독점하면서 살인은 감소하고 자살이 증가했다.

20세기 들어서 자살에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해졌다. 나치 하의 유대인들의 자살은 빈번해졌고, 남성보다 여성의 빈도가 늘어났다. 이 시기엔 ‘이민’도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실제 이민자들이 토박이들보다 더 많이 자살했는데, 뉴욕 타임스는 “독일인과 아일랜드인의 대거 이민으로 자살 마니아가 이례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여성이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는 인도의 ‘사티’ 풍습이나 충·효·정절 같은 가치관이 중요했던 중국 과부들의 자살은 충실한 아내의 본보기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문화적 의식이 반영됐다.

테러가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선 이타적 자살의 형태가 각양각색으로 번지고 있다. 1991년 라지브 간디에게 접근해 수류탄을 터뜨려 16명과 함께 죽은 다누라라는 여성, 2001년 9.11테러의 자살 특공대원의 임무들은 종교적·이념적 이유로 벌이는 이타적 자살의 새로운 유형인 셈이다.

저자는 “자살자의 의도, 자살 방법, 자살자와 타인들이 자살에 부여한 의미, 자살 전과 후에 수행하는 의식을 분석해 다양한 국가와 역사적 시기에 자발적 죽음에 대한 문화의 태도를 밝히고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 박우정 옮김. 글항아리 펴냄. 604쪽/2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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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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