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일수록 틀린 답 내놔”…팩트보다 직관에 의지하는 ‘인간의 오류’

“똑똑한 사람일수록 틀린 답 내놔”…팩트보다 직관에 의지하는 ‘인간의 오류’

김고금평 기자
2019.03.08 03:30

[따끈따끈 새책] ‘팩트풀니스’…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우리는 팩트(사실)에 얼마나 많이 근거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 가짜 뉴스를 분별하고 정확한 팩트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증편향에 기대어 팩트처럼 보이는 ‘나만의 직관’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한스 로슬링 박사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냈더니, 평균 정답률이 16%에 불과했다. 침팬지가 정답을 무작위로 고를 때의 33%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 본능(간극 본능, 부정 본능, 공포 본능, 일반화 본능 등)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으로 세계관에 오류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까’라는 질문에 다수가 50%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답은 9%다.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의 ‘간극 본능’은 중간 소득 국가라는 개념이 쉽게 박히지 않는다.

현실은 우리 생각처럼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의 대다수가 존재한다”며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포 본능’은 뉴스가 즐겨 찾는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뉴스는 전쟁, 자연재해, 대량 해고, 테러 등 빈도수가 현저히 낮은 일에 더 주목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5년 네팔에선 대지진으로 9000명이 사망했는데, 그해 설사로 죽은 아이 역시 90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카메라는 이런 아이들을 비추지 않는다. 나쁜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고, 이에 따라 세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다.

세상의 발전을 과소평가하는 데는 ‘크기 본능’이 자리한다. 2016년 신생아는 1억 4100만명, 죽은 아이는 420만명이다. 한 해에 400만명 이상 죽는다는 사실은 비극적이지만,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은 다르다. 그해 사망한 아이는 1440만명(신생아는 9700만명)이다. 결과적으로는 60여 년 만에 영아 사망률이 15%에서 3%로 준 셈이다. 크기 본능은 비율을 고려해야 하는 전제가 깔려있다.

저자는 30개 국가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계는 점점 좋아지는가, 나빠지는가, 아니면 그대로인가’. 모든 국가가 “나빠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한국은 터키, 벨기에, 멕시코 다음으로 부정적 답변이 높았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은 1970년대와 비교해 100분의 1, 재해 사망률은 10분의 1로 줄었다.

저자는 “우리는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비롯한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의 무게 중심이 서양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예상도 ‘팩트’를 통해 확인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 아프리카는 30억명, 아시아는 10억명이 는다. 2100년이면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살게 된다는 얘기다.

북대서양 주변의 부유한 국가에 사는, 세계 인구의 11%가 현재 4단계 소비자 시장의 60%를 차지하지만 2040년엔 4단계 소비자 60%가 서양 이외의 지역에 살 것이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사실 충실성’이라는 뜻으로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저자는 “세상은 겉보기만큼 극적이지 않다”며 “사실과 주장을 혼동하는 것은 사회 갈등과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팩트풀니스를 통해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474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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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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