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FLOW]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오는 그룹 BTS의 무대가 경복궁 일대로 확정됐다. 최대 20만~30만명의 인파가 국가유산 인근에 몰리는 만큼 훼손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에 따르면 BTS의 정규 5집 '아리랑' 발매 기념 공연은 다음달 21일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에서 열린다. 공연 주최측은 경복궁 내의 근정문과 흥례문, 광화문 월대(건물 앞 돌로 쌓은 단)까지 사용 신청을 했다. 근정문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어도'(왕의 길)를 지난 뒤 광화문 광장에서 본 무대를 연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BTS 공연의 주목도를 고려할 때 광화문 광장 인근에 수용 인원을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앞과 시청, 세종대로 일대에 계획된 팬들의 수는 3만여명 남짓이지만 무료로 진행되는데다 관람 구역 바깥 인원까지 포함하면 20만~30만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대중음악계 관계자는 "주목도나 월드투어 예매 현황을 감안하면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 수준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가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정전에서 뉴진스 등 아티스트가 특별 무대를 꾸민 적은 있었지만 가수가 일대를 모두 활용해 단독으로 펼치는 공연은 전례가 없다. 공연 전 미디어 행사와 휴궁일에 진행되는 사전 영상 촬영까지 합치면 국가유산을 전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걱정거리는 공연 때 몰릴 인파와 내부 촬영 등으로 인한 국가유산 훼손이다. 경복궁과 광화문 인근에는 수많은 유산이 흩어져 있다. 사적 제117호인 경복궁을 포함해 국보 근정전과 경회루, 보물 자경전과 아미산 굴뚝 등이다. 국보 제1호인 숭례문도 광화문과 불과 약 2㎞ 떨어진 거리에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통행객이 급증하며 인근 유산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복궁 돌담에 용변을 본 외국인 관광객이 붙잡혔으며 8월에는 70대가 광화문에 낙서를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기와 10장을 뜯어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파가 몰리면 훼손 위험은 더 커진다. 과거에도 실제로 발생한 적이 있다. 2008년 촛불시위 때 경복궁 서쪽의 담 일부와 기와가 훼손돼 문화재청(유산청 전신)이 긴급보수했다. 2013년 덕수궁 인근에서 열린 시위 때에도 화재가 발생하며 담장이 일부 불에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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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유산청은 인근 사용 신청을 '조건부 승인'한 상태다. 서울시는 인파 안전 관련 대책을 요구했으며 유산청은 문화유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을 추가로 제출할 때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 통상 2~3주 전 대책 제출이 마무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말~다음달 초에는 계획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문화계 관계자는 "BTS의 공연으로 인한 조 단위 경제적 파급효과와 K컬처에 대한 관심 등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는다"고 전제한 뒤 "다만 주요 유산이 밀집해 있는 환경과 수용 능력 한계 등을 고려해 보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