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원장의 상식 밖 처신

[기자수첩]국정원장의 상식 밖 처신

최중혁 기자
2007.09.03 08:48

 "CIA(美 중앙정보국) 국장도 '내가 협상 주역이었다'고 외치고 다닙니까?"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언론 인터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김 원장은 신속한 의사결정 등 효율적인 협상을 위해 아프간 행을 강행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남북정상회담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보 라인의 최고책임자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것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언론 인터뷰와 국정원 요원의 노출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지만 "이처럼 많은 수의 인질을 무사히 구해낸 것은 예를 찾기 힘들다"는 김 원장의 자평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김 원장은 석방된 인질들과 카불에서 기념촬영까지 하고 이 사진은 언론사를 통해 공개됐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나올 모양"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2000만달러 이상의 몸값이 지불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상태에서,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말해 억측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싸고 보여준 청와대 행태도 매끄럽지 못했다. 청와대는 "카불 숙소 호텔이 현지 유일한 호텔"이라며 김 원장을 두둔하고 나서 국익보다 공명심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달 28일 밤, '전원석방 합의' 사실을 발표한 곳은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였다.

그동안 인질관련 발표는 외교부가 해오던 것과 딴판이었다. 협상 막판에 청와대가 절묘하게 등장해 '고생은 외교부가 하고 생색은 청와대가 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3명의 인질 중 2명이 희생됐지만 21명이 무사히 풀려나 귀국할 수도 있도록 노력한 국정원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이 지나치게 양지를 탐함으로써 그 공을 스스로 낮추고 만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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