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기업 신입사원은 스스로를 '신이 버린 자식'으로 부른다. 한때 '신의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칭송을 받던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신세가 예전같지 않아서다.
우선 월급이 깎였다. 3000만~4000만원을 호가하던 공기업 신입사원 초봉은 2000만원대로 확 줄었다. 입사할 때만해도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풀리면 선배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여가 조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이나 규정으로 월급을 꽉 묶는다는 입장이다. 초임을 깎아 공기업의 급여수준 자체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게 정부 의지다.
기존 공기업 직원도 불만이 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의 대명사로 찍히며 무엇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차별대우다.
유가 상승기에 도입된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홀짝제는 유가가 떨어진 지금까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홀짝제를 시행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예외규정에는 할 말이 많다.
예컨대 공기업은 컨벤션센터를 운영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엘리베이터 홀짝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시물 등 화물을 옮기거나 관람객이 많은 공기업은 일률적인 엘리베이터 홀짝제로 잦은 민원에 시달린다.
반면 상급기관인 정부부처는 각종 예외규정으로 홀짝제를 빠져나가고 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자동차 홀짝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지는 이미 오래됐다. 엘리베이터도 출퇴근시간이면 전층을 운행한다. 출근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성직원, 임산부, 조기출근 등에 대한 각종 예외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정부부처에선 각종 에너지 시책이 유명무실화됐다.
일부 부처는 '가정의 날'도 운용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가정의 날이라고 해서 일찍 퇴근해 저녁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라고 격려한다. 공기업에도 '가정의 날'을 시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언감생심이다. 이달 말이면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가 나온다. 실적이 나쁘면 최고경영자(CEO)까지 바뀌는, 공기업으로선 '엄중한'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퇴근은 꿈도 못꾼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은 신입직원의 월급을 깎는다는 얘기가 없다. 공기업 신입직원보다 초임이 적어서라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청와대는 정원을 늘렸고 정부기관도 정원을 유지하거나 또는 늘리는 상황에서 공기업만 월급을 깎고 정원을 줄인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다들 속으론 '신이 버린 자식'이라고 자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