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건강에 매우 유해한 물질이다. 석면의 건강 위해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 신년벽두부터 모 일간지에 ‘충남 5개 마을 석면공포’라는 기사가 1면에 게재되면서 환경부와 충청남도는 물론이고 관련 지역주민이 언론과 시민단체, 일반 국민으로부터의 과도한 관심으로 큰 홍역을 치뤘고 이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조사를 담당한 필자의 연구실도 연일 취재와 인터뷰 요청 때문에 한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이구동성으로 질문하는 것이 석면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중피종, 폐암 등 석면관련 암이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자가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 중 하나로 필자도 정확한 양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다.
노출량까지 연구된 몇 편 되지도 않는 해외논문을 열거해가며 알량한 지식을 피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시는 정확한 대답은 될 수 없다.
중피종은 단지 3일간 청석면에 노출된 경우에도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고 환자의 건조 폐조직 1그램의 석면섬유 농도를 조사하였을 때 정상인의 조직 농도와 차이가 없는 경우부터, 1000만개 이상까지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으니 중피종을 일으키는 정확한 양을 대답할 수 없다.
폐암의 경우는 중피종보다는 좀 더 높은 농도의 노출자에서 발생하고 석면 노출량과 석면질환 발생 간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가장 통용되는 헬싱키 기준(석면노출에 의한 폐·흉막 이상 진단기준으로 1997년에 제정됐으며 2004년 개정됨)에 따르면 '공기 1㎖당 석면섬유 개수가 25개인 공기에 매년 노출'(25fiber/㎖-year)됐을 때 일반 인구집단보다 폐암 위험이 2배 높다고 한다.
이 양은 일일 8시간씩 근무하는 근로자가 현재의 노출기준인 0.1 fiber/ml에 250년간 노출되는 엄청난 양이다.
최근에는 이 누적노출량 기준이 외적타당도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비판(고농도 노출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것으로 일반 인구집단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이 있고,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는 4 fiber/ml-years를 폐암이 약 1.9배 증가하는 노출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농도도 근로자 집단에서 현재의 노출기준 농도로 노출될 때 40년, 환경 노출기준을 적용하면 400년(24시간, 365일 노출을 고려하면 약 100년) 노출돼야 하는 양이므로 노출기준 이하로만 관리된다면 향후에는 석면으로 인하여 폐암이 발생되는 것이 가능할까 할 만큼 높은 노출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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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으로 발암물질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학문적으로는 암을 일으키는 역치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돼야 한다. 현재의 노출기준은 사회·문화적, 기술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위해성 관리를 위해 결정된 것으로, 석면은 노출기준과 관계없이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필자가 위험이 높다와 (관리가 잘 된다면) 높지 않다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언급한 것은 이런 이론적 배경이 있으므로 국민들께서 위험을 나름대로 객관화해서 체감하셨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어떤 물질도 위험 “0”일 수는 없다. 위험 “0”만이 위험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부, 국민, 시민단체, 석면 피해자 등 이해 집단 간에 불필요한 언쟁만 있을 뿐이다.
현재의 과학적 수준에서 밝혀진 사실을 일단은 수용하고(물론 이 사실이 내일도 진실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석면을 관리하고 석면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과거의 고농도 석면노출과 이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바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성의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는 서둘러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할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관련 후속조치를 함으로써 피해 주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보상하여 할 것이다.
지금 석면 피해자들은 석면폐증이나 흉막반이 있는 경우 폐암이나 중피종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공포보다는 정부나 국회의 가시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석면의 위험에 대한 크기에 대해서는 정부, 시민단체, 국민간에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소통을 위해서는 석면 노출로 인한 위험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출량과 질병발생에 관한 연구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석면에 노출된 사람들이 중피종 등이 발생했는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예방 정책도 수립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