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열어볼 수 있도록 자루 3개를 저에게 좀 주십시오. 장관으로 들어갈 때, 위험할 때, 그리고 나올 때 열어볼 수 있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 내정 사실이 확정된 뒤 이윤호 현 지경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후보자는 이 장관에게 "선배가 깔아놓은 틀을 잘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우스갯소리로 이런 요청(?)을 했다. 재선 의원으로서 장관 자리를 통보받고 느낀 흥분과 책임감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중요한 부처이지만 사실 장관직은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자리이다. 정책 수립보다는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큰 과오를 저지를 여지가 별로 없다. 반면 실물경험을 쌓기에는 이만한 자리가 없다. 이때문에 이번 개각때도 정치권에서 여러 명의 의원이 지경부 장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타 부처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 장관에게 의견 조율 능력은 필수적이다. 이윤호 장관이 점수를 잃은 것도 자동차산업 지원 등과 관련해 부처간 혼선을 빚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최 후보자는 앞으로 지경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어서 다른 부처와 부딪치는 모습을 자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관료와 언론인, 정치인 생활을 두루 경험한 최 후보자는 부처간 정책 조율에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정치적 배경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 장관 내정이 '친박계 배려'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장관 내정이 확정되기 전 이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언질을 받았다고 자신이 밝힐 정도다. 따라서 여당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부처와 엇갈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관료로서의 사명감과 언론인의 균형감, 정치인의 리더십은 순간순간 그에게 3개의 자루 이상의 힘을 줄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난관을 극복하고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해득실만을 생각한다면 절대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