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는 왜 국정감사 요구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주지 않나요? 달랑 CD 한 장 보내놓고는 국감을 하라는 겁니까?"
지난 12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요구자료에 대한 한 의원의 지적으로 시작됐다. 다른 부처같이 의원들의 요구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의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페이퍼'로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듣고서야 국감이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이 요청하는 국감자료를 일일이 페이퍼로 만들어 분홍색 '보따리'에 담아 배포했다. 일반적으로 국정감사를 한 번 하면 모든 피국감기관이 만드는 자료집은 트럭 수십~수백 대 분량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보따리가 사라졌다. 재정부 등 일부 정부기관들은 몇 해 전부터 수 천 페이지에 달하는 국감 요구자료를 CD에 담아 배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감장의 의원석에는 보따리 대신 노트북 컴퓨터가 등장했다.
앞서 지난 주 한 정부기관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자실에는 두툼한 책자 3권이 전달됐다. 3권의 분량을 모두 합쳐보면 1821페이지에 달했다. 무게가 족히 5킬로그램은 돼 보였다.
국감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이 같이 '페이퍼'로 된 책자가 더욱 익숙한 게 사실이다. CD로 배포하는 재정부 국감자료는 의원별 질의항목을 찾아 일일이 클릭해야 정부 답변 내용을 볼 수 있다. 종이에 활자로 인쇄된 자료보다 모니터를 통해 전자화된 자료를 보는 것은 아직 불편하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분량의 책자는 국감이 끝나고 나면 짐이 된다. 자리가 비좁아지면 일단 책상 아래로 옮겨지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폐품처리되기 쉽다.
재정부가 이번에 배포한 국감자료 CD에 담긴 전자문서 분량은 73.4메가바이트다. CD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양의 8분의1에 불과하다. 무게도 약 15그램밖에 안 된다.
국감자료는 외형상 이처럼 '디지털'화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얼마나 '선진화' 됐는지는 미지수다.
이번 재정부 국감에서 정치권은 재정건전성 관리, 감세정책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아이템'으로 먹고 살 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