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산안 처리 '지각쇼' 언제까지

[기자수첩]예산안 처리 '지각쇼' 언제까지

임동욱 기자
2009.11.30 08:10

이번 주 기획재정부 제2차관(예산담당)의 일정표는 '백지'다. 일정표에는 '일정 없음'이라고 쓰여 있다. 일정표의 '공백'에는 사실 다른 일정을 미루고 대신 국회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절박감이 담겨있다.

문제는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일인 이번주 수요일(12월2일)을 넘길 게 확실시 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회는 7년 연속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셈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예산 심의 거부를 비난하며 단독 처리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예산 등을 문제 삼으며 야권의 연대를 주문하고 있다.

여야 갈등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정부는 속이 탄다. 1년 밤낮을 고생해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가 이를 승인해 주지 않으면 예산을 계획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정부는 '준예산'이란 비상제도를 통해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

'헌법' 대로라면 정부는 이런 속앓이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헌법을 비웃 듯' 매년 국회에서 예산안의 법정 처리기한을 넘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 예산안은 지난 1988년까지 매년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지켰다. 그러나 1989년 12월19일, 90년 12월18일 등 80년대 말부터 법정 기한을 넘기기 시작했고 1994년과 1995년,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국회의 '지각'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만 11월8일 예산안이 조기 통과됐을 뿐, 2007년까지는 매년 12월27일을 넘겨 예산안이 통과됐다. 2003년에는 12월30일, 2004년 12월31일, 2005년 12월30일, 2006년 12월27일, 2007년 12월28일 각각 예산안이 통과됐다. 지난해의 경우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인해 예산안이 12월13일 통과될 수 있었지만, 역시 헌법이 정한 기한은 지키지 못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예산안 처리의 '공수'도 바뀐다. 이 같은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예산안의 늑장처리를 '제도화'했다.

국민은 자신의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 예산을 놓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지각쇼'를 지겹게 지켜보고 있다. 더 이상의 지각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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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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