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협약 시대와 자동차산업

[기고]기후변화협약 시대와 자동차산업

정동수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
2009.12.09 15:32

원유가격의 고공행진이 주춤하고 있지만 고유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게다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산업도 배기가스 규제 중심에서 이산화탄소 규제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동차의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연료 소비량에 비례하므로 청정연료를 사용하거나 연소효율을 높여야 한다. 세계의 주요 자동차회사가 ‘친환경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협약 시대 속에서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의 GM, 토요타, 폭스바겐의 친환경차와 관련된 기술동향과 시장동향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친환경차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사례는 정책결정의 오판이 시장에서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고 산업의 몰락으로 직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GM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집중했으나 경영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 미국은 그 동안 풍요로운 석유자원의 여건으로 경유차나 하이브리드 차와 같은 고효율 동력시스템 개발을 소홀히 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게 됐다.

수소연료전지차 개발로 반전을 시도했으나 시장 예측 오판과 기존 자동차 기술향상에 대한 투자 축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후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을 청정연료로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식량수급 혼란만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의 변종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보급으로 새로 전략을 바꿨지만 배터리 성능과 가격 등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어 향후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대부분 세계 전문가들이 미국 사례를 통해 조만간 상용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도 낭만적인 시장예측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도 출력, 연비 등 각종 성능과 함께 생산가격과 같은 실용화를 위한 조건을 고려하면 급속한 시장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차가 고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폭스바겐의 클린디젤차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성능 대비 가격면에서 클린디젤차를 ‘현실의 친환경차’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폭스바겐의 CEO 마틴 빈터코른의 "하이브리드차는 제작비가 비싸 일부 기종에 국한하여 생산할 것이며, 고효율 클린디젤 경유차로 승부를 걸겠다"는 승부수가 적어도 현재까지는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차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의 경우는 한국 입장에서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단계이다. 현실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와 배출공해가스,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의 대표 친환경차’는 클린디젤차일수밖에 없다.

20~30년후 화석연료의 고갈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거쳐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중심축을 옮길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와 배출공해가스,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클린디젤차가 상당기간 친환경차의 주력이 될 것이라는 결론 또한 부정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경유승용차 경쟁력은 세계 자동차업계로부터 미국과 일본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찍부터 경유차의 최대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한 결과이다.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보다 세계시장 보급과 경영실적 면에서 앞서는 것도 클린디젤차 보급 확대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클린디젤차의 경쟁우위가 입증된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외면하고 국내나 동남아 시장용 기술에 집착하거나, 경유차 대체와 개조에 국고를 낭비하는 정책은 개선되어야 한다. 기존 디젤엔진의 성능향상과 클린디젤차의 국내보급 확대, 디젤엔진용 청정연료의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현실의 친환경차 확대보급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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