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술보호무역주의 경계 수위 높일 때

[기고]기술보호무역주의 경계 수위 높일 때

최형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정책국장
2010.01.29 09:29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G20 정상들은 보호무역조치들을 동결(stand-still)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수입제한 등 전통적인 자국 산업 보호조치들을 공공연히 도입하기는 어렵게 됐으나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기술규제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의 논란을 피하면서도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데 기술규제가 유용한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안전·보건·환경 등은 국가별 특성에 맞게 시행할 수 있다고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WTO에 회원국들이 제출하는 기술규제 통보문 및 회의에 상정되는 특정무역현안 건수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

기술규제를 확대하는 추세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가 없다. 지난해 7월 발표된 WTO 보고서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최근 기술규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WTO에 제출되는 무역기술장벽(TBT) 통보문 중 개도국 비중이 ’08년 60%에서 ‘09년 1~5월에는 80%까지 상승했다. 다만 선진국의 기술규제는 매우 정교한 도입과정을 거치고 있어 규제의 수는 적어도 통상에 큰 장해가 될 수 있는 반면, 개도국에서는 경험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대형 규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개도국이 발표한 중요한 기술규제로는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중국의 정보보안제품인증제도(ISCCC)를 들 수 있고, 에콰도르가 모든 수입 공산품에 대해 시험성적서 및 적합성 인증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포함된다. 이밖에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개도국들이 공산품 전반에 대한 강제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많은 연구기관들이 보호무역조치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철강재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지난해부터 자국 인증을 의무화했고 태국도 인증요건을 강화했다.

이렇듯 기술규제가 확대 강화돼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데 대한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선두에 선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의회가 미국의 수출에 방해가 되는 외국의 농식품에 대한 위생·검역조치( SPS) 및 TBT에 대해 지재권 분야에서의 스페셜301조와 유사한 보복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Trade Enforcement Bill)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미 무역대표부(USTR)는 TBT·SPS들에 대한 감시 및 보고 활동을 강화하고 보고서를 올해 중에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TBT사례를 공개적으로 지목함으로써 해당국가에게 국제적인 창피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기술규제 도입국가별로 차별적인 대응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보안인증제도와 에콰도르 공산품 규제는 미국, 일본 등과 공조해 공동 대응함으로써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 시켰고, 사우디 및 동남아 국가들의 철강규제는 해당국가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인증과정 문제점과 중복인증 해소 등 국내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나 대부분 수출 대상국에서 규제 시행이 발표된 이후의 사후 대응에 급급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각국의 기술 보호무역 조치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수출 확대가 시급한 우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세계 시장이 'G7 10억 시장'으로부터 'G20 30억+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2010년 수출 4100억불, 무역수지 흑자 200억불을 달성하고 나아가 2014년 세계 무역 8강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장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기술규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술규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의 절차, 방법 및 관련기관의 지정절차 등에 관한 것으로 관련 정보입수나 국제협상을 하는데 기술적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해외 공관의 산업경제분야 주재관을 운영하는데 더해 우리의 코트라같은 조직에 정부의 표준과 적합성 전문가들을 다수 파견해 상시 기술규제 대응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도 실무급 기술파견관을 각국에 보내 현지에서 직접 기술규제의 동향을 분석하고 초기 대응체제를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전략적 수출 대상국인 개도국에게는 우리의 표준과 시험인증 등 적합성 체제를 심는 노력을 통해 기술규제가 우리와 유사한 내용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촉진해 상거래의 마패나 다름없는 시험성적서와 인증서를 우리 기관에서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일천한 시험인증기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전제된다.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화에 남들보다 한발 더 부지런한 대응을 통해 경제발전과 함께 선진일류국가로의 전진을 이뤄 가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수출 확대를 통해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출 대상국의 기술규제도 선제적 대응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사후 대응수준을 넘어 각국의 규제 태동기부터 대응 조치하는 체계를 갖추고 기술 보호무역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보호무역주의에 체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기술보호무역 대응 수준을 높이는 일 또한 우리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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