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예인 전속계약 '최후통첩'

[기자수첩] 연예인 전속계약 '최후통첩'

전혜영 기자
2010.03.08 07:20

지난 7일로 배우 고(故) 장자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꼭 1년이 지났다.

그의 죽음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뒤흔들었다. 연예인이라는 후광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짙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스타가 되고 싶은 무명 배우가 현실을 비관해 잘못된 선택을 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자연 리스트'가 공개되고, 고인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불미스런 행동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연예계의 추악한 실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여배우만의 비극'으로 잊어버리기엔 우리 연예계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상위 30개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연예인 전속계약실태를 조사하면서 불공정 계약관행이 연예계 전반에 만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말 조사를 받지 않은 278개 소규모 연예기획사에 대해 불공정 계약조항을 스스로 시정하고, 그 이행결과를 제출토록 후속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점검대상 업체 278개 중 12개 기획사만이 소속 연예인 67명과 수정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왔다.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위는 연예인과의 불공정계약 자진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260여개 연예기획사에 대해 자진시정 기한을 연장하고, 이행결과를 오는 26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곧바로 '시정명령' 등 직접 제재를 가할 수도 있지만 불공정계약 관행 개선을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고인의 죽음은 네 달간의 요란했던 검찰수사에 비해 조용히 마무리됐다. 성상납 강요 등에 관한 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분됐고, 단순히 소속사 대표가 연예인을 폭행하고 협박한 사건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불공정한 관행 속에 신음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현실은 1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극은 한번으로 족하다.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연예계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정위가 나서야 한다. 제대로 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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