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걸리의 행복을 빌며…"

[기자수첩]"막걸리의 행복을 빌며…"

전혜영 기자
2010.03.17 17:42

"이제 막걸리의 행복이나 빌어야죠."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통주 진흥 업무는 국세청 소관이었다.

세금징수기관인 국세청이 왜 주류 진흥 업무를 맡아 '주류품평회'나 '주류품질인증제' 같은 것을 시행해 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진흥 업무를 주관한 국세청 산하 국세청기술연구소(이하 기술연)의 정체를 파악하면 풀린다.

이름만으로는 뭘 하는 곳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기술연은 알고 보면 출범한지 올해로 꼭 101년 된 '술 연구소'다.

구한말 대한제국은 술에 세금을 매기는 주세법을 공포한 후 현재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탁지부 소속으로 주류를 연구하는 양조시험소를 설립했다. 이 양조시험조가 바로 기술연의 전신이다.

국세청은 모든 술의 제조· 판매 면허권을 갖고 안정성 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 기술연은 바로 이 안정성 관리의 근간이 되는 주류의 검사와 안전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진흥업무를 수행해 왔다.

특히 전통주에 대한 국세청의 '애정'은 각별했다. 지난 2007년부터 부설기관으로 '전통술산업육성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전통주 산업을 지원해왔고, 지난해에는 약주와 과실주를 시작으로 주류 품질인증제를 실시해 올 8월부터 막걸리 등으로까지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통주진흥법 제정으로 주류 진흥에 관한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면서 기술연은 품질인증제를 시행한지 1년 만에 진흥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됐다.

업무 이관의 주된 이유는 전통주 진흥업무를 세금징수기관인 국세청에서 담당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 열풍을 타고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 '영역 정리'의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막걸리 등 전통주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온 국세청은 농림수산식품부로의 업무이관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가 부처간 힘겨루기로 비춰질까 조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진흥 업무에서 손을 떼는 대신 규제완화 등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주류분야 규제완화 정책도 17일 발표했다. 하지만 100년간 키워온 애정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업무 인수가 반짝 인기에 영합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길 기대하는 건 국세청 직원들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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