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민간 아닌 정부 신뢰문제서 비롯 "파장 유럽 국한될 것"
"그리스 사태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민간 금융부문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발생한 반면 그리스 사태는 정부의 신뢰 문제가 위기를 잉태했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그리스 사태가 과거 금융위기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라는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인근 남유럽 국가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강력한 '도미노 효과'(연쇄충격)도 공통분모로 얘기된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과거 금융위기와 다른 측면도 있다며 초기에 신속하게 전이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글로벌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도덕적 해이와 신뢰의 문제'='전염성'과 '파급력' '도덕적 해이' 전문가들은 이 3가지를 금융위기와 그리스 사태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금융위기와 그리스 사태는 지켜야 할 규칙을 어겼다는 점에서 같은 면이 있다"면서 "미국 민간 은행들의 탐욕에 의한 규정 위반과 유럽의 재정준칙을 어긴 방만한 재정운영이 닮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도 위기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가 초저금리에 따른 과도한 거품 형성에서 비롯됐다면 그리스사태 역시 저금리에서 비롯됐다는 것.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유로존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채권 금리가 짧은 기간에 독일 수준으로 낮아졌고 그 결과 해외 자금이 크게 유입됐다. 하지만 그리스 포르투갈 정부가 이러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시키지 않고 방만하게 운용하다 재정위기를 불렀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국가로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문제가 유럽 금융기관을 통해 세계로 전파됐듯 그리스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금융기관 거래를 통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신뢰의 상실이란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와 공통점이 많다"면서 "과거 금융위기가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위기는 국가에 대한 불신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 차이점? 그리스사태는 국지적으로 끝난다!=김득갑 위원은 "유럽이 나서 위기 전이를 얼마가 과감한 조치로 차단하느냐에 따라 확산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며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경우 유럽만의 문제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지원이 늦어진다면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으로 확산되고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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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위원은 "미국이 유럽에 투자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면서 "단기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 불안이 전 세계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위대 연구위원도 "과거 금융위기 때는 모든 금융거래에 발을 담군 리먼 브러더스 때문에 파급 효과가 컸지만 이번에는 유럽에 국한된 것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연계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 회복이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고 미국 국채 매수 세력도 견고하기 때문에 조정은 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전파될 여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韓 미치는 영향 지금이 정점=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득갑 위원은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현재가 정점인 것으로 파악 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시스템적인 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 역시 그리스사태가 전체 유럽의 위기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아시아 각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위대 연구위원은 "한국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유럽에 대한 위험 노출이 크지 않아 직접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 충격보다는 심리적 영향이 오히려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