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선 공약 줄줄이 중단 또는 퇴보
‘친서민과 중소기업 배려’의 기치를 내건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전면 완화, 법인세 인하, 공기업 선진화 등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핵심 경제 공약들이 사실상 중단됐거나 후퇴하는 모양새다.
상황논리 따라 바뀐 정책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가 징벌적 세금인 종부세의 전면 완화였다. 종부세는 2008년 헌법재판소가 위헌·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명박 정부는 같은 해 종부세율을 1-3%에서 0.5-1%로 인하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오는 11월까지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달 말 발표예정인 세제개편안에서 이 같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왜곡된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종부세를 그대로 둘 수 없다”던 재정부의 입장은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은 세수가 줄어 안 된다”는 쪽으로 변경됐다.
역시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법인세 인하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의 방침은 당초 올해부터 소득세 최고세율(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은 35%에서 33%, 법인세 최고세율(과세표준 2억원 초과)은 22%에서 20%로 각각 2%p씩 낮춘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작년 정기 국회에서 '부자감세' 논란 속에 2012년까지 유예됐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친서민’ 정책기조로 볼 때 재논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회를 놓칠세라 야당은 지난해 여야합의로 통과된 법인세법 개정안을 '원상복귀'하는 수정안까지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 정책을 발표하던 때와 달리 재정건전성 이슈가 부각된 상황에서 종부세 문제나 법인세 인하가 현재의 정책방향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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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 드라이브에 정책 일관성 훼손
‘친서민’이라는 이름 아래 양립할 수 없거나 충돌되는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다.
역시 공약 중의 하나인 공공기관 선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기업이 청년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정년연장과 배치되고 인력구조조정과 경영효율성 향상에도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한 대형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의 정년연장과 청년채용 확대, 정원축소는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으려다 무기 연기한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 내부에서도 ‘집값의 안정’과 ‘거래의 활성화’라는 대립되는 정책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상당했다.
총액한도대출(DTI) 완화 문제의 경우 정책의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가 ‘투기조장’이라는 비판만 받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책 결정과 실무를 진행하는 관료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과장급 간부는 “정부가 최근 '친서민' 논리에 따라 정책이 급선회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정부라도 시대적 상황이나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정책을 바꿀 수 밖 에 없다"며 "다만 일반 국민이나 정책의 수혜자 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