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20만개 일자리 늘어..요양보호사 도입 2년만에 24만개 자리 신규창출
# 보건복지 분야가 일자리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4년동안 29만개 줄었지만 보건복지 분야에선 올 들어서만 2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21일 보건복지부가 한국통계진흥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분야 일자리는 지난 9월 기준 194만8766개로 전년말 대비 11.6%(20만3000개) 증가했다.
거주복지시설(요양원) 2만여명, 비거주복지시설(방문요양, 보육)에서 6만6000여명, 간병과 같은 개인서비스업 3만5000여명, 병원 종사자 3만여명, 의원 종사자 1만명 등이 늘었다.
전통적으로 일자리 창출산업으로 꼽히던 제조업의 일자리가 2005년 413만개에서 2009년 383만6000개로 29만4000개 줄어든 것을 올 들어 단번에 메운 셈이다.
특히 신규취업자수는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많다. 요양보호사 등 제도적 지원을 발판으로 새로 생겨난 일자리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2004년 1월 기준 취업자수를 1이라고 가정할 경우 보건복지분야는 올 10월 2.18로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은 0.99로 줄었다. 전체 산업 평균도 1.10에 불과해 보건복지분야 일자리 증가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요양보호사 제도가 만들어지며 2년만에 일자리 24만개가 새로 생겨났다. 이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효과도 최소 3조7500억원에서 최대 9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복지부는 분석했다.
#딸 둘에 아들 쌍둥이까지 자식 넷을 키우며 20년 넘게 가정주부로 살아온 박미숙(가명. 53세)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지금은 어엿한 가장이다. 전자부품 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이 IMF 금융위기로 파산한 후 직접 생활비를 벌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환자를 도와주는 간병인과 다소 다르다. 노인들을 주로 도와준다. 2008년 7월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요양보호사를 배치,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박씨는 2008년 3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그해 8월에 개원한 동네 요양원에서 11월부터 일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일하기 시작해 근무일만 2년을 꽉 채우고 1달을 넘긴 '베테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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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는 20명의 요양보호사가 50명의 어르신을 돌본다. 24시간 교대로 근무하지만 하루 9시간은 지켜진다. 주5일 근무에 1년 15일 연차도 낼 수 있다. 60세까지 정년도 보장된다. 월급은 120만원으로 많진 않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데 매우 만족스럽다.
박씨는 "일하러, 도와주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힘을 받고 온다"며 "나이드신 분들과 함께 있으니 젊어지는 기분도 들고, 정년까지 계속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의료산업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에 사는 이주선씨(가명.51세)는 김밥집을 운영하다 2008년 5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 그해 7월부터 활동했다. 1년 정도 일한 후 사회복지사 자격도 취득해 자신이 일하던 방문요양센터를 인수, 사업가로 변신했다.
센터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이씨의 딸도 함께 일한다. 이씨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교통비나 벌자고 시작했는데 2년만에 요양보호사 23명을 고용한 사업가가 됐다"며 "보호사로 일할 때보다 바쁘지만 경제적으로도 나아지고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 약이나 수술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환경조경학을 전공한 후 미술치료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미술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주(가명.27)씨는 "현장에서 수요가 많아 일선 학원은 물론 대학원들도 교육과정을 잇달아 만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씨는 "미술전공자 뿐 아니라 아동학이나 심리학 전공자들도 진출하는 등 취업분야가 한정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술과 음악치료 등을 재활치료 바우처 사업으로 지원하며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분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사람의 손'을 산업의 동력으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노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 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 대신 기계가 하고 있는 제조업과 다른 점이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정책선진화기획관은 "병의원 등에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등 새로운 일자리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전체 고용 증가에 원동력이 됐다"며 "특히 안정적인 여성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분야 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70.3%로 전체 산업 평균인 41.8%보다 크게 높다. 증가율도 남성의 경우 지난해 12월에서 올 9월까지 6.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여성은 14.1%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여성종사자 비율은 27%에 불과하며, 금융보험업이나 교육서비스업도 각각 53%, 6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는 근로형태가 안정적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체 일자리 중 상용종사자(정규직) 비중이 85%에 달한다. 제조업(81%)이나 금융보험업(59%), 교육서비스업(67%)에 앞선다.
박씨처럼 나이든 사람들도 쉽게 뛰어들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일자리는 최근 1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서비스분야다. 특히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보건산업 일자리는 아직 늘어날 여지가 많다. 국가별로 전체 일자리 중 병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 보면 미국 7.6%, 프랑스 7.5%, 영국 6.7% 등인데 비해 한국은 아직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분야에서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을 개방해 보건복지분야가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산업화돼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질 좋은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