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약값 인상 비난여론에 복지부 '멈칫'

대형병원 환자약값 인상 비난여론에 복지부 '멈칫'

최은미 기자
2011.01.18 15:5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환자단체부터 병원까지 반대하자 복지부 건정심 연기.."시간 갖고 논의할 것"

환자에게 약값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으로 의료 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던 보건복지부의 정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일 열릴 예정이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잠정 연기됐다. 이 회의에서는 대형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에 대한 환자 부담금을 2배까지 높이는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이와관련 건정심 제도소위는 지난 11일 상급종합병원은 60%, 종합병원은 50%, 병원은 40% 의원급은 30% 등 의료기관 종류별로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지금은 종별 구분 없이 환자가 30%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약제비 부담이 두배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대형병원 환자들을 동네의원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당장 부담이 커지는 환자들은 물론 병원들도 "실효성 없다"고 반대하자 결정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복지부 측은 "일부 혼선이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한 뒤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 확정도 늦췄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은 오는 21일 예정돼 있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 기자단 세미나도 다음달로 미뤘다.

◆"믿을 수 있는 동네의원 없다?"=환자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당장 부담해야 하는 약값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동네의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비싸더라도 대형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환자 약값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측은 "가까운 동네의원을 두고 멀리 있으면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대형병원을 찾는 것은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동네의원의 질적 개선이 없는 한 쏠림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환자 약값 부담만 2배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외래환자 '블랙홀' 역할을 하는 대형병원에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병원 외래환자 대부분이 중증·만성질환으로 계속해서 약을 처방받고 있는 환자들이라는 점도 문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이들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는커녕 의료사각지대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은 "2009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인상했지만 대형병원 외래환자 이용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저소득층 중증 외래환자나 수술 후 추후관리를 위해 대형병원 외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발길만 막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병원에 경증환자 없다"=병원협회는 상급종합병원에 경증 외래환자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치료 난이도가 높은 복합 경증질환이나 암환자 같은 중증환자, 고령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원급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질환 50개 중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기준 1.9%에 불과했다. 종합병원과 병원도 각각 4.7%와 6.2%로 미미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점유율이 87.3%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조적이다.

병원협회 측은 "암 같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증질환에 걸려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는 있어도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찾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보재정 아끼려는 전략?=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부담이 늘면 그만큼 건보 재정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약제비 차등화로 9000억원 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명목으로 건강보험 보장성만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차등적용하는 것이라면 동네의원 약제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며 "환자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차등적용하는 것은 보장성을 줄여 건보재정을 절약하겠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