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용의 씨크릿머니]고위공직자 재산신고서 나타난 미술품 재테크 성적

정부가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의 재산을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많은 공직자들이 미술품을 주요 재산으로 신고했다는 점. 비자금과 로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껄끄러운 시선이 있지만 미술품도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테크 관점에서 공직자들의 미술품 투자 점수는 얼마나 될까.
미술품 실물을 직접 감정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유사 작품의 시세를 통해 유추해보면 대략 감은 잡을 수 있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은 기증을 받거나 시세를 모를 경우 '0'원으로 신고하기도 했지만 시장에선 수천만원이 넘는 작품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술품 재테크도 몇배, 많게는 10배가 넘는 차익을 올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유한 김창열의 물방울도 미술품 시장에선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 대통령은 1970년대 김 화백의 30호짜리 물방울 작품을 7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김 화백은 1970년대부터 물방울 작품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종이에 수채로 그린 것과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것, 판화 작품 등으로 다양한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은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한다.
특히 초기 작품이고 그림에 한자가 들어있으면 인기가 더 높다. 1970년대 작품은 후기 작품에 비해 물방울이 더 영롱하고 힘이 들어 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김창열의 물방울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작품은 2500만원으로 신고했다. 작품 연도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그림 호수는 50호로 이 대통령 소유 작품보다 크다. 수채화인지 유화인지 구분해서 신고하지 않았으나 만약 유화작품으로 1990년대 작품이라면 5000만~5500만원선, 1970년대 작품이라면 1억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몽준 의원이 배우자 소유라고 신고한 사진 두 점도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AES+F 그룹의 사진 작품 파노라마 #4와 파노라마 #13원형을 각각 4179만원, 2374만원이라고 신고했다.

AES+F 그룹은 1987년에 아르자마소바(Arzamasova) 에브조비치(Evzovich) 스브야츠키(Svyatsky) 등 3명으로 결성돼 AES로 활동하다가 1995년에 사진작가인 프리드케스(Fridkes)가 합류하면서 AES+F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그룹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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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세계가 아랍세계에 느끼는 공포와 두 세계의 긴장감을 표현한 퍼포먼스 작품을 다수 남겼다. 사진작품이지만 시리즈별로 5~10점 정도의 에디션만 만들어 희소성이 높다.
정 의원이 1000원단위로 가격을 신고한 것을 보면 달러로 구입해 원화로 환산한 것으로 보여 해외에서 해당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국내 한 갤러리에서 ASES+F의 작품 중 다른 시리즈를 점당 7000만~9000만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8000만원 이상은 호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고 2~3배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셈이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실제 작품을 봐야 가격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종류와 재질, 제작 연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김양 국가보훈처장은 다른 서양화 작품과 함께 피카소의 유화 1점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80×60cm 짜리로 작품 연대 및 제목 등은 신고하지 않았다. 피카소 유화 원본을 소유하고 있다면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짜리라는게 미술계의 전언이다. 판화작품이라면 몇백만원 수준이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종학 화백의 그림 80호짜리를 '0'원이라고 신고했고 허태열 의원도 같은 작가의 야생화 작품을 19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김종학 화백은 산과 꽃, 자연을 원색의 거친 질감으로 남성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주로 설악산의 사계절을 그려 설악산 화가로 불린다. 사계절 모두 인기가 높지만 특히 여름을 그린 풍경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값에 거래된다.
정 장관 소유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파악되지 않지만 설악산의 여름 풍경이라면 억대도 가능하다고 미술계에선 평가한다. 반면 허태열 의원의 그림은 3000만원 중반대로 추정했다.

많은 공직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동양화 고미술의 경우 현대 미술에 비해 거래는 뜸하다. 고미술품 가운데 오원 장승업의 작품이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신고한 오원 장승업의 병풍은 '0'원으로 신고했으나 실제 거래된다면 억대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