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월 중순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물가 급등의 주원인 중 하나였던 농산물 가격이 봄이 되면서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연초부터 물가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가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던 이유도 농산물 가격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렸던 봄이 되자 무럭무럭 자란 배추 때문에 농가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추 도매가격은 4월 하순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62% 폭락했다. 작년이 워낙 높아서 하락률이 큰 측면도 있지만 배추가격은 평년과 비교해도 43% 떨어졌다.
하우스 봄배추 출하만으로 가격이 이 정도니 재배면적이 더 넓은 노지배추가 나오는 5월 중순 이후에는 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애써 키운 배추밭을 갈아 엎어야 할 판이다.
정부는 1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시장 출하 물량 자율 감축, 수출 확대, '푸드뱅크' 기증 등 공급 축소 대책이 골자다. 공급을 줄이거나 수요를 늘리면 인센티브를 주겠단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각종 지원을 통해 공급을 늘리더니 이제는 정반대 대책이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게 정상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배추값의 급등락은 시장 논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실패도 크게 한몫했다.
정부가 농수산물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은게 바로 '예측 능력 제고'였다. 하지만 올해도 정부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정부가 올 1월말 내놓은 올해 봄배추 예상 생산량은 전년대비 6% 늘어난 49만7000톤이었다. 2월말에 예측한 생산량은 23% 늘어난 57만8000톤으로 증가하더니 4월말 에는 63만2000톤으로 35% 증가로 변경됐다.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예상생산량이 증가했고 그만큼 배추가격이 안정된 것은 사실이다. 또 재배면적 증가와 가격 폭락에는 고질적인 유통구조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안정을 넘어 폭락할 정도를 만들어 놓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웃을 수는 없다. 농가에게는 느닺없는 폭설, 한파, 태풍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도 '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