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여 지속된 장마가 끝나면, 곧바로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해마다 그랬듯 올 여름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겨 '전력대란'이란 말이 언론에 분명 나올 것이다. 냉방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전력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하절기 전력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절전 홍보와 관공서 및 상업용 건물의 냉방온도 제한, 산업체 휴가 조정 등과 같은 부하관리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건설 중 발전소의 조기 준공, 자가발전 설비의 활용 등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 중이다.
이러한 대책으로 올 여름의 전력 위기는 넘긴다 해도 이런 접근법이 지속 가능한 대안은 아니다. 전력수급 안정화와 전기 소비 절약의 근원적인 대책은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선진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어떤 대책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으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이미 전기의 편리성과 저렴한 전기요금의 혜택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최근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 대비 전력소비 증가율은 각각 2배, 1.2배, 1.6배로 과거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서민물가에 대한 영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가, 사회적 형평,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공기업 적자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물가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요금 1%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에의 영향은 0.019%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민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면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에너지 빈곤층과 영세상인 등의 전기요금은 묶어 두더라도 기타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등의 전기요금의 현실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현재와 같이 낮은 전기요금과 경직된 요금제도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한 에너지절약 기술의 진화에 악영향을 끼치며, 에너지 절약에 기반을 둔 새로운 먹 거리 창출을 저해한다. 또 업종별 교차보조로 인해 누진제가 적용된 주택용 소비자가 대기업이 대부분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에 간접 지원을 해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밖에 에너지 전환 효율이 40% 내외에 불과한 전기에너지 소비의 급증은 에너지원별 가격 왜곡은 물론 1차 에너지 수입액의 증가를 가져와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15조원 수준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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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시의 적절하다. 다만 다양한 혁신적인 제도를 체계적으로 도입해 전기 소비의 선진화를 적극 유인해야 한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 주택용 누진제의 단순화, 산업용을 중심으로 하는 업종별 교차보조의 폐지, 전력품질 기반 요금제도 등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의 비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요금 부과 △수도권 중심으로 하는 소비 집중지역에 높은 요금 부과 △실시간 요금제도 혹은 피크요금제 전격 도입 △피크전력 및 전기에너지를 감축하는 에너지절약 사업자 활성화 △전력회사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사 에너지절약 의무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는 이러한 제도는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이미 오래 전에 구축돼 일상화돼 있다. 정부는 전기절약에 대한 홍보를 넘어 가격과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