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요일지정제 무산된 진짜 이유는?

공휴일 요일지정제 무산된 진짜 이유는?

유영호 기자
2011.07.30 10:03

'개천절' 요일지정제 반발 항의에 기획재정부 업무 마비 수준

일부 법정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해 쉬도록 하는 요일지정제 도입이 무산됐다. 국민적 기대가 집중되며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개천절(開天節)'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좌초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일부 공휴일에 대한 요일지정제가 기념일 제정의 본래 취지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특히 "개천절의 요일지정제 도입 여부는 정부에서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7~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 후속 조치로 어린이날, 현충일, 개천절 등 일부 법정공휴일을 요일지정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예를 들면 현재 5월5일로 정해진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주 금요일이나 둘째 주 월요일 등 특정 요일로 바꾸는 형태다. 이를 통해 토·일요일을 합쳐서 사흘 연휴를 최소한 3차례 보장, 국민의 휴식권을 확대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다.

특히 이 방안은 재계와의 마찰로 진전이 없는 대체휴일제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법정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에 쉬도록 한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재계는 생산성 저하, 비용 상승을 명분으로 반발했다. 이에 2~3개 법정공휴일만 요일지정제로 전환하는 요일지정제가 절충안이 부상한 것.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개천절의 요일지정제 전환을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 대종교와 천도교,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등 100여 개 민족단체로 구성된 한민족역사문화찾기추진위원회가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항의전화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백기'를 든 것.

한민족역사문화찾기추진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천절 요일지정제 반대 및 단기연호 부활 100만 범국민서명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개천절을 요일지정제로 바꾸려는 것은 민족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처사"라며 "개천절 요일지정제 추진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10여 일 간 개천절의 요일지정제 전환을 반대하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기념일 제정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요일지정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관계부처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개천절은 한민족의 뿌리인 고조선(단군조선)의 건국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에 내려와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건국한 기원전(BC) 2457년 음력 10월3일을 기념, 매년 음력 10월3일을 개천철로 정했다. 이후 1949년 '개천절'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음력 10월3일을 양력으로 추정하는 것이 어렵고 '10월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양력 10월3일로 바꿔 지금까지 공휴일로 지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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