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익법인 인건비 실태 조사..인건비 기준 초과시 과세
'도가니' 사건으로 인화학교 등의 공익법인의 실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익법인들의 과도한 인건비 지출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도한 인건비'의 기준은 '수입의 10% 이상'이 검토되고 있다.
인화학교는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 재단 이사장의 큰아들이 교장, 작은 아들이 행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장학재단, 학술재단 등 비영리 공익법인 중 이처럼 재단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족벌체제의 운영으로 과도한 인건비가 지출되는 사례가 적잖다고 판단한 탓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비영리법인의 인건비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부 장학재단 등 비영리법인을 통한 편법적 증여나 상속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익법인은 수입의 70% 이상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고 지금까지 인건비는 모두 공익목적의 지출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기업은 사학재단, 장학재단 등에 기부해 기부금 공제를 받고 출연자 또는 친인척 등이 이사장이나 임직원으로 취임해 거액의 급여나 판공비를 지급해왔다. 나아가 이사장 자리를 자녀 등에게 대물림하는 등 일부 편법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공익법인들은 취지에 맞게 기부자가 돈만 내놓고 전혀 간여하지 않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공익법인은 과도한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세금만 안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히 장학재단에 이같은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공익법인들이 국세청에 제출한 재무제표들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A장학재단의 경우 지난해 수입이 9890만원에 불과했지만 관리비로 전액을 지출했다. 이중 인건비는 3681만원으로 수입의 37%였다. B장학재단은 1억3230만원의 수입 중 관리비가 1억1375만원(수입의 86%), 인건비는 6301만원(48%)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과도한 인건비를 지출하는 경우, 세금을 물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건비가 일정한 기준을 넘으면 그 부분을 공익목적의 지출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공익법인은 그 부분만큼에 대해 법인세 또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내야 된다. 구체적인 '인건비 한도'는 시행령에 규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전체 공익법인들의 인건비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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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공익법인들도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제출토록 돼 있기 때문에 이 서류를 토대로 전체적으로 공익법인들이 얼마나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인건비 한도를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하지만 수입의 10%를 넘는 인건비는 문제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또 세법개정안에 '국세청장은 공익법인등이 공시한 결산서류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를 신설한다. 현재 공익법인은 결산서류 등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토록만 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 자료를 민간에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산서류를 민간의 투명성 기구 등에 제공해 자율적인 감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