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상황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율, 은행예대율, 경상수지 등 많은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신이나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달라진 한국'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보다 지금, 국민들은 더 고통스럽다. 이전에도 심심찮게 나온 이야기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내놓은 보고서는 2008년 월평균 7.8%였던 경제고통지수가 올 들어 8월까지 월평균 8.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계량화해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합친 것이다.
정부는 이 또한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7개국 가운데서는 22위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삶의 고통은 내가 남보다 덜하다고 참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참지 못하겠다는 전 세계 국민들의 분노가 동시에 분출되고 있는 현실은 '상대평가의 의미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 고통지수의 상승은 대부분 물가 때문이다. 보고서도 실업률은 OECD에서 두 번째로 낮았지만 물가는 두 번째로 높다는 점이 고통지수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물가관리는 올해 정부의 최대 화두이자 과제였다. 그럼에도 물가는 연중 내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연초 이후 4%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5.3%로 정점을 찍었고, 9월에도 4.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연초부터 물가 당국을 옆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당국의 치열한 노력은 인정하지만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는 결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연말에 다가가면서,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이자 가격 인상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유가격 인상, 도시가스·지하철·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추진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억눌러 왔던 만큼 불가피한 측면을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작년 이맘때 고공행진을 벌였던 기저효과로 숫자로 나타나는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이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고통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물가당국의 물가 안정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잡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