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1위 시험인증기관 SGS를 가다
세계 최대 시험인증기관인 SGS그룹. 지난해 12월 찾은 스위스 제네바의 SGS 본사는 각국에서 밀려드는 시험검사 의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스위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3주의 장기 휴가를 떠나지만 이 곳 직원들은 예외였다.
프랑수아 행 SGS 이사는 "연말에는 기업들이 새로 출시할 제품의 시험검사 의뢰가 집중 된다"며 "일정에 맞춰 처리하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 직원들도 상당 수"라고 설명했다.

SGS는 1878년 프랑스의 작은 화학시험소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 140개국에 1250여 개의 지사를 둔 세계 1위 시험인증기관으로 성장했다. 고용인력 6만7000여명에 실험실 수만 340여 개에 달한다. 2010년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5조5000억 원 수준. 영업이익도 7700억 원에 달한다.
SGS는 끊임없는 품질관리체계 혁신과 신사업 발굴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에 올라섰다.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소비재, 식품, 광물, 석유·가스, 화학, 시스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검사 의뢰를 독점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SGS의 인증 평가비용은 경쟁 기업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세계 각 기업과 기관들이 앞 다퉈 SGS에서 시험인증을 받고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곳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품질을 인정해주는 보증수표가 되기 때문이다.
행 이사는 "SGS의 시험인증 결과서는 전 세계 어느 국가, 어느 기관에서나 인정받는다"며 "SGS에서 (품질력을 인정) 받은 결과서 한 장이면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SGS의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생명과학, 진본검사, 가치사슬 검증 등 새로운 적합성서비스 분야 점유율을 늘려 3년 안에 매출 2배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GS와 같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압축 성장했다. 특히 이들은 자국에 한정된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일찌감치 해외로 눈길을 돌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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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본사를 둔 BV도 세계 제2위 시험인증 업체로 성장했다. 1828년 선박의 등급을 매기는 선급 전문기업으로 설립된 BV는 산업, 건설, 정부 서비스, 국제무역 등 7개 분야로 다각화해 고르게 발전시킨 것이 성공 요인이다. SGS와 BV, 독일 TUV 등 시험인증산업 상위 10대 업체의 매출은 2010년 기준 23조원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23%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눈부시게 성장하는 외국 기업과 달리 국내 시험인증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 세계 시험인증 시장은 100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2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절반인 1조3000억 원을 SGS, BV 등 글로벌 업체의 지사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국내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시장의 1.3%에 불과한 수치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 시험인증을 진행하는 6개 시험연구원의 총 매출 역시 1600억 원에 불과하다. 6대 기관의 매출을 합쳐도 SGS 한 기업 매출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시험인증 시장의 현주소인 것이다.
국내 시험인증 시장의 열악한 경쟁력은 이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했다. 선진국들이 시험인증 산업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규제수단으로 인식해 자생력을 키워 오지 못한 게 현실이다.
허남용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은 "시험인증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잠재력을 고려할 때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