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7년 헛손질' 석유비축계획 대폭 축소 추진

[단독]'17년 헛손질' 석유비축계획 대폭 축소 추진

유영호 기자
2012.02.07 07:01

2013년 1.4억배럴 목표 불가능···상반기 적정 비축량 연구용역 발주

정부가 비상시 쓸 원유나 석유 제품을 저장하는 석유비축량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석유비축계획을 전면 재검토 한다. 국제유가 예측 실패 등으로 석유비축계획이 17년째 '헛손질'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입장이라 주목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3년까지 1억40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석유비축계획'의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비축목표인 1억4000만 배럴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어왔다"며 "한국 경제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과연 적정한 비축목표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정 작업의 초점은 '1억4000만 배럴로 설정된 석유비축목표가 우리 경제 여건에 적정한가에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이 지경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사실상 비축목표 시점 연기와 목표량 축소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정부가 1995년부터 추진해 온 3차 석유비축계획을 손질하는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계획 수립 당시 2006년까지 1억54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할 방침이었으나 국제유가 예측이 계속 빗나가면서 2002년 목표 시점을 2008년으로 늦췄다. 목표량도 1억5400만 배럴에서 1억4100만 배럴로 낮추고, 그마저 2400만 배럴은 해외공동비축분으로 채우도록 조정했다. 해외공동비축분은 국내에 저장된 외국 석유로 저장시설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지만 비상시에는 우리나라가 우선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정 목표 역시 달성하지 못해 2006년 목표 시점을 2010년으로 늦추고, 해외공동비축분을 4000만 배럴로 늘리는 방향으로 재손질했다. 2009년에는 목표 시점을 2010년에서 2013년으로 3년 또 다시 연기했다.

문제는 이 역시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축유 규모는 정부 비축분 9000만 배럴, 해외공동비축분 4000만 배럴을 합쳐 1억3000만 배럴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내년까지 1000만 배럴을 추가 비축해야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실제 정부의 비축유 확보 규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난 4년간 1050만 배럴 늘리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이날 관보에 고시된 올해 비축량은 44만8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한국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2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확보하려 계획했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관리 지침에 발목이 잡혀 백지화됐다.

전문가들은 석유비축계획 축소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기준치를 기준으로 비축유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기준치라는 지적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현재 확보된 9000만 배럴은 IEA 기준치를 적용하면 190일을 소비할 수 있는 양이지만, 실제 소비량을 적용하면 77일치에 불과하다"며 "비용문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중동사태 재발 등 공급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지금보다는 늘리는 방향이 옳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