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유류세, 모든 사람에게 낮춰주진 못해"

박재완 "유류세, 모든 사람에게 낮춰주진 못해"

신희은 기자
2012.02.29 15:17

[문답]"1월 산업활동동향 생각보다 양호, 무리한 경기부양 않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류세 일괄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29일 재정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는 상황이 5영업일 이상 지속될 경우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엔 모든 사람들에게 낮춰주는 것보다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양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설비투자가 반도체 부문에 집중돼 있는 등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박 장관은 "1월 산업활동동향과 2월 무역수지는 구정 연휴가 2월에서 1월로 이동한 효과가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1, 2월을 묶어서 통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까지 안심한다거나 낙관할 단계는 아니다"고 경계했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 기름값 유통구조 개선 방안 중 민간유통 개선책을 설명해 달라.

- 조달청을 통해 공공부문 공동구매를 1차적으로 하고 2차적으로 소비자에게도 가격인하 효과가 전달되도록 겨냥한 것으로 보면 된다. 민간부문 유통구조 개선은 알뜰주유소를 내실 있게 정착, 확산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3월에 시행되는 전자상거래 도입도 내실화해 혼합판매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유통구조에서 좀 더 노력하고 경쟁을 촉진하면 거품을 일부 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규제를 풀어 이론적으로 혼합판매가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안 되는 이유가 있지 않나.

- 자동차를 몰다 기름이 남은 상황에서 다른 종류의 풀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채워 넣어도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혼합판매 확산이 잘 안 되는 것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계약 자체가 전량구매계약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혼합판매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제도보다는 관행이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서 우리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독과점에 따른 거품은 최대한 빼도록 하겠다.

▶유류세 인하여부와 관련해 취약계층 혹은 영업용 차량 등 선별지원은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가.

-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5영업일 이상 지속해서 갈 경우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게 돼 있다. 차량 5부제, 유류세 인하 등이 조치 중 하나다. 그럴 경우에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지 않겠나 생각한다.

▶현재 경제상황을 둘러싼 상방, 하방위험은 무엇이 있나.

- 일단 상방으로는 상반기에 예산의 60%를 조기집행하기로 했는데 2월 중순부터 실집행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이 다음달 15일 발효된다는 점,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조금씩 가시고 있다는 점,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방위험 요인은 국제유가가 연말 대비 18% 가까이 급등해 지난해말 예측과 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해 연말 설정한 올해 거시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궤적에서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2월 무역수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가 두 자릿수 늘었는데 반도체 쪽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보편적이고 견조한 흐름으로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 있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 예상되지만 석유류완제품, 자동차, 철강 수출이 늘어난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다. 건강한 흐름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숫자가 나와 봐야 알 것이다.

▶ 무리한 경기부양을 안하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말 그대로 확장기조로 전환하지 않고 미세조정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 IMF 재원확충과 관련해 자금규모를 알려달라.

- 우선 현실적으로 양자차입에 의한 방식이 가장 실현가능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쿼터에 기반한 기관이라는 것, 특정국이 아니라 회원국 전체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 지원에 따른 위험부담 줄이기 위해 적절한 이행조건을 부가해야 한다는 것 등 기본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장관회의 분위기는 유로존 자구노력을 감안해 IMF 재원증액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했다. 유로존 자구노력이 더해진다면 비유로존 국가들이 IMF 재원증액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코뮤니케에 담긴 것으로 이해해 달라. 자금규모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ECB 통화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의 영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 ECB에서 추가로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유럽 금융권 자금사정이 상당히 호전된다. 국제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서 다른 디레버리징으로부터의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국제원자재가격 등을 끌어올리는 압력으로도 작용하는 문제가 있다. 항상 정책은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으니, 그늘도 유의해야 한다.

▶IMF출자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나.

- 어느 정도 규모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다. 양자차입 과정에서 IMF와 어떻게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국회 승인 여부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8-5제(8시출근, 5시퇴근)는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 현재 행정안전부와 의견차이가 있다. 행안부는 현행 9-6제가 표준근무시간인데 여기서 시차출퇴근, 유연근무제 등으로 확산해서 8-5나 10-7, 7-4 등 선택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재정부는 이번 하절기 동안이라도 표준근무시간을 8-5제로 이를 기준으로 유연하게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계속 논의해 조율하겠다. 사실 오래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시범적으로 해보고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다만 가급적 다른 기관과 함께 하는 것이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의견을 교환하겠다.

▶총선을 앞두고 복지공약, 세제개편 등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각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목소리 수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갈 예정인가.

- 큰 방향은 이미 말했듯이 정치권과 정부가 티격태격 다투자는 게 아니다.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할 총선,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게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이다. 각 정당의 핵심공약에 대한 소요재원 추계를 공개하고 정치권에도 이를 전달했다. 양당뿐 아니라 다른 당의 정책공약이 모두 확정되면 나름대로 집대성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정당에서도 재원추계를 하겠지만 기초자료를 정부가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돕는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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