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반도체

중국 최대 D램 생산기업 창신메모리가 지난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 기업 전용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8.66위안, 약 1842원) 대비 465.82% 오른 약 1만42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약 695조3600억원을 기록하며 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A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공모 규모는 약 12조2750억원으로 커촹반 출범 이후 최대 기업공개(IPO)를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약 29조9130억원으로 A주 단일 종목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창신메모리의 점유율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7.7%로 삼성전자(40.5%), SK하이닉스(29.6%), 마이크론(19.9%)에 이어 4위다.
창신메모리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는 빠른 성장 때문이다. 창신메모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약 10조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13% 증가했다. 순이익은 약 5조2500억원을 기록했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 23조3200억~25조4400억원, 순이익 10조6000억~12조840억원을 예상한다. 생산능력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실적에 반영되면서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상장 당일 창신메모리를 처음 분석하면서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약 2만4600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약 1645조원에 달한다. 노무라는 창신메모리의 매출이 2025년 약 13조1000억원에서 2026년 약 61조6300억원, 2027년 약 118조8900억원, 2028년 약 163조94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고도화, 메모리 가격 상승, 인공지능(AI)에 따른 수요 증가가 향후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 내수시장 역시 성장 여력이 크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D램 소비의 약 25%를 차지하지만 중국 기업의 글로벌 생산 매출 기준 점유율은 약 10% 수준이다.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중국 내 수입 대체라는 두 개의 성장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창신메모리의 위치는 '글로벌 4강에 진입한 완성형 경쟁자'라기보다 생산능력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 가능성을 시장이 선반영한 '빠르게 성장하는 후발 주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창신메모리는 2016년 설립 이후 세대별 공정을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점프 개발(Jump Development)' 전략을 통해 DDR4, DDR5, LPDDR4X, LPDDR5, LPDDR 5X 등 주요 제품의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D램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수행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이다.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창신메모리는 2025년 11월 최대 8000MT/s 속도의 DDR5 제품을 공개했으며, 16Gb와 24Gb 두 가지 단일 칩 용량으로 서버·워크스테이션·PC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2023년부터 32Gb DDR5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용량만 놓고 보면 창신메모리가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한 세대가량 뒤처진 셈이다. 창신메모리 역시 IPO 자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비교해 공정 기술 등에서 일정한 격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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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아직 기술격차가 크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제품으로, 미세공정뿐 아니라 적층·패키징 기술과 높은 수율을 동시에 요구한다.
다만 창신메모리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현재 HBM3 샘플을 개발해 화웨이 등 중국 AI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며 양산 전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창신메모리가 HBM3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수율이 여전히 상용화와 대규모 양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창신메모리는 DDR4에서 HBM3로 바로 넘어가는 '점프 개발' 방식으로 개발 기간을 단축했으며, 2027년에는 12단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현재 중국 허페이와 베이징에서 12인치 D램 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은 월 약 30만장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20%를 HBM 생산에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 신규 공장도 2027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어서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HBM에서는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보다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창신메모리는 구체적인 제품별 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선두 업체 수준의 생산 안정성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외부에서 명확하게 검증하기 어렵다. 이들 업체가 이미 HBM을 대규모로 양산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들과 고객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창신메모리가 실제 양산 과정에서 어느 수준의 수율과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핵심 배경이다. AI 서버는 기존 범용 서버보다 훨씬 많은 D램을 필요로 하는 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HBM 생산을 확대하면서 범용 D램의 공급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옴디아는 글로벌 D램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2107조원에서 2030년 약 799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장 확대는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창신메모리에는 기회다. 중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업의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제품 가격과 수익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메모리 시장의 중심이 범용 D램에서 HBM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창신메모리의 과제다. 현재의 범용 D램 경쟁력만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HBM 기술과 양산·수율 안정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도 변수다. 첨단 장비와 일부 핵심 소재의 공급 제한은 향후 공정 미세화와 생산능력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D램 산업 특유의 경기 순환성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메모리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지는 공급 확대와 가격 변화에 달려 있다.
중국에서는 이번 상장이 단순한 IPO 흥행을 넘어 자국 메모리 산업이 '국산 대체'를 넘어 글로벌 경쟁을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AI 시대의 메모리 경쟁 역시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본시장과 생산능력,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가 향후 중국 메모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주이밍 창신메모리 회장은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IPO 온라인 투자자 설명회에서 "자본시장에 진입한 것은 창신메모리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새로운 책임을 의미한다"며 "이번 공모자금을 활용해 기술 연구개발과 산업화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시장 수요에 대한 공급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메모리 설계·전자설계자동화(EDA)·반도체 소재·장비·부품·모듈 및 최종 응용기업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력을 이끌어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종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