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전용 시내 면세점이요? 아마 노른자위 매장은 외국 명품 브랜드들이 다 가져갈 겁니다. 공항 면세점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시내 면세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겠지만 결국 중소기업 제품은 또 찬밥신세를 면키 어려울 겁니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시내 면세점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중소기업진흥센터 관계자의 총평이다. 중소기업 제품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한숨 섞인 한마디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시내 면세점을 도입하고 신규 시내 면세점 매장 면적의 40% 이상을 국산품에 할애할 방침이다. 기존 시내 면세점의 국산품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명품 위주인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품목을 우수 중소기업의 국산제품으로 돌리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 명품 매출이 수익성이 가장 높은 현실에서 중소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한다 해도 국산품이나 중소기업 제품보다 해외 명품을 중시하는 상황엔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다.
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국내 면세시장의 외산품과 국산품의 매출 비중은 91% 대 9%다. 손님 10명 중 9명이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 제품을 찾는 셈이다.
더욱이 시내 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 손님을 모으기가 어렵다. 기존 시내 면세점 이용고객은 내국인 비중이 6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전용 면세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손님들이 많이 찾는 해외 명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진흥센터는 행복한 세상에 중소기업 제품 전용 면세점을 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면세점에서 명품에 밀려 찬밥 취급을 당하느니 아예 중소기업 제품만을 취급하는 면세점을 열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중소기업 전용 면세점이 있다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롯데와 호텔신라, 두 대기업 면세점의 해외 명품 판매 각축장으로 변질된 국내 면세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시도 자체가 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장(場)만 열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후속대책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우려는 현실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2010년 국내 면세점의 외산품 매출은 3조8000억원, 이중 절반인 1조9000억원은 해외상품대금으로 국외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