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 볼모로 한 휴원 근절돼야

[기자수첩]어린이 볼모로 한 휴원 근절돼야

구경민 기자
2012.05.06 15:35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야? 통화내역 확인하면 다 알 수 있어. 확인해 보자고!"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언성을 높여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와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목소리였다.

양측 갈등으로 1일 예정됐던 실무협의가 불발됐다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의 전화였다. 본인들은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는 해명만 늘어놨다. 실무협의 협상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양측은 결국 다음날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협상 보다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잘잘못을 따지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협상 실무자들이 바뀌었고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한 적도 없었다"며 "실무협의를 하기 전에 휴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합의서에 포함시키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합회와 몇 번이고 만남을 시도했고 요구를 들어줄 자세가 돼 있다"면서 "하지만 연합회 측에서 마음대로 협의를 무산시키고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연합회는 복지부가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보육료 현실화, 규제완화를 위한 소통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28일부터 집단 휴원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8일 이전까지 합의를 이루려면 한시가 급한데 양측 모두 협의는 뒷전이고, 논쟁거리를 찾는데 더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어린이를 볼모로 집단 휴업을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교육자라면 아이를 볼모로 하는 휴원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무리 어린이집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어린이와 맞벌이 부부의 약점을 이용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는 어린이집연합회의 요구사항을 신중하게 검토해 어린이집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합회 측이 휴원을 강행할 경우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집단 휴원을 할 경우 강도 높은 처벌을 해 다시는 어린이를 볼모로 요구조건을 내거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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