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심상정 진짜 '정책완판녀' 되려면

[기자수첩]심상정 진짜 '정책완판녀' 되려면

정지은 기자
2012.11.21 18:09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가 21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원 기업인들과 만났다. 늘상 노사문제를 놓고 재계와 맞서던 심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기업인들과 대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 후보는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말 그대로 투자 승수가 낮은 후보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심 후보는 마이크를 잡은 뒤 절반 이상의 시간을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까닭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자신이 대선후보로 나왔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며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자신을 '정책 완판녀'라고 칭하며 "요즘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재벌개혁 등은 내가 17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제기했던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놓은 원조는 자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기업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경제 문제로 좀처럼 넘어가지 않자 일부 기업인은 턱을 괸 채 하품을 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간담회 종료 예정시간이 임박해서야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공약을 밝혔다. 심 후보는 "지식경제부를 없애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한 뒤 모든 자원을 중소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계획한 것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심 후보의 답변은 "실현 가능하려면 우선 정권부터 잡아야하는데"였다. 그리고는 "그렇지 않나요"라며 동의를 구한 뒤 "저희에게 정권을 주시면 실현할 수 있다"는 답변을 이어갔다.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30분 넘겨 약 1시간30분만에 끝났다. 몇몇 기업인들은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심 후보가 발언을 마치자 의례적인 박수가 쏟아지긴 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정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이날 심 후보가 기업인들에게 전달한 것은 무엇일까. 이날 심 후보는 "관심을 가져 달라"는 말을 몇 차례고 반복했다. 하지만 심후보가 진보정의당의 후보로 나선 것은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 있는 정책파트너로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존립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지율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심 후보가 진정한 '정책 완판녀'로 인정 받으려면 기업인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노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파트너'로서 인정받기 위한 설득을 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심 후보는 그렇게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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