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세수확충, '지하경제 양성화'···FIU 움직일까

박근혜표 세수확충, '지하경제 양성화'···FIU 움직일까

구경민 기자
2012.12.22 06:13

지난해 4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5만 원 뭉칫돈 110억 원이 굴삭기 기사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고무줄로 묶인 5만 원 권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그 길이만 34.12㎞에 달한다. 돈을 파묻었던 밭 면적이 1000㎡(약 302.5평)인 것을 감안하면 '마늘밭이 아니라 돈 밭'이었던 것.

숨겨진 돈은 이른바 '지하경제'의 돈이었다. 피의자 이모씨 형제는 2년 동안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검은 돈'을 마늘밭 주인인 매형에게 맡겼다가 졸지에 일확천금의 꿈을 날렸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여의도백화점에 위치한 물류회사에서도 현금뭉치 10억 원이 발견됐다. 주인을 찾고 보니 역시 인터넷 불법 도박업자가 숨겨 놓은 자금이었다.

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숨겨 놓은 불법 자금을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라고 말한다. 과세나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합법적 수단이 동원 돼 이뤄지는 '숨은 경제'를 의미한다. 지하경제는 뇌물, 범죄, 마약, 매춘, 불법 도박 등의 위법행위와 자영업자의 탈세, 조세회피 등을 모두 포괄한다.

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하경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당선인이 평소 토론 등을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를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면 늘어나는 복지 재정 마련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박 당선인의 주장이다.

지난해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지하경제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7.1%로 추산된다. 1990년 28.7%에서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2008년 기준으로 250조에 달한다. 1000만 인구가 살아가는 서울시의 올해 예산 19조8900억 원의 12.4배에 달하는 돈이 지하경제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에서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스페인(GDP 대비 20.5%), 이탈리아(23.2%), 그리스 (26.3%), 포르투갈(28.2%) 등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하경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FIU(금융정보분석원)의 막강한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소속인 FIU는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수상한 금융거래를 수집, 분석하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FIU는 은행, 증권 등 각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1000만 원 이상 자금거래 내역 일체를 파악하고 있다.

FIU의 방대한 자금거래 내역을 탈세 혐의를 찾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국세청에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지하에서 유통되는 '검은돈'이 확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조세권 남용과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을 명분으로 현재 조세범칙 조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자료만 제한적으로 FIU로부터 받을 수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국세청이 FIU에 보고된 고액현금거래 자료를 일반적인 국세 부과 징수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세청은 FIU가 수집하는 정보를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며, 조만간 출범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FIU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지하경제 척결이라는 공익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과세당국은 모든 FIU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지하자금 경제를 양성화해 상당한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만큼 세율인상, 세목 신설 등 국민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국세청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FIU 금융거래 정보를 다른 기관과 공유하게 되면 금융실명제의 비밀보장 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세청은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 금융실명제를 보완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정의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탈세를 줄여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FIU가 혐의거래보고(STR) 및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자료를 국세청과 공유함으로써 과세인프라와 세정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지하경제를 줄여 세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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